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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거사범 처리, 신속·공정성이 생명이다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이동현
사회부문 기자
2012년 9월 검찰은 4·11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여당 ‘나불법’ 의원에 대해 8번째 소환을 통보한다. 나 의원은 “검찰이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나 의원이 끝까지 조사받기를 거부한다면 직접 조사 없이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당내 경선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야당 ‘금권왕’ 의원도 당사자 조사 없이 기소하기로 한다. 공소시효(6개월) 만료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미리 그려본 시나리오다. 과연 이런 일이 그저 기우(杞憂)에 그칠 것인가.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이름과 혐의만 다를 뿐 4년 전에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국회의원들과 공소시효에 쫓겨 ‘정리용(用) 수사’를 하는 검찰. 여기에 선고를 늦추는 ‘질질 끌기’와 1심의 당선무효형 선고를 뒤집는 항소심의 ‘봐주기’가 더해지면 악순환의 고리는 완성된다.



 지난 11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선거 당일과 이튿날 당선인 3명을 포함한 6명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법원도 “주요 선거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고 1, 2심 모두 2개월 내에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국회 구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단독 과반을 이룬 새누리당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고, 야권연대의 원내 세(勢)도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유권자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대선을 앞두고 검찰과 법원이 정치권에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것”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공안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재선거로 인한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당선무효형 기준 완화도 검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이 이를 용인할 만큼 정치권이 변화했는가. 국민의 신뢰를 얻었는가.”



 답은 나와 있다. 국민이 검찰과 법원에 불법 선거에 대한 ‘칼’을 쥐여준 것은 민의를 왜곡한 후보가 국회의사당에 들어가는 상황을 막으라는 의미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수사와 재판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선거 후 민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수사·재판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원과 검찰은 공정성과 신속성이 국민의 뜻을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동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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