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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 등극의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안희창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인 2009년 3월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건설 관계자가 “완공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릴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하자 김 위원장은 “내 생전에는 못 볼 것 같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에 10년 넘게 투자하면서 북한 고위층과 네트워킹을 갖고 있는 한 대북 사업가의 전언이다. 김정일의 현지지도 이후 북한은 발전소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의 예언대로 지난 5일 완공된 희천발전소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사망했다.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회복한 후 사망할 때까지 3년4개월간 북한의 모든 대내외 정책은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을 위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아들 김정은이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통치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무려 8차례 방문한 것은 이 발전소가 완공돼야 평양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중요성 때문이었다. 2009년 4월 헌법 개정에서 국방위원장에게 ▶국방 부분의 중요 간부 임명·해임권 ▶비상사태와 전시상태동원령 선포권 등 핵심 권한을 새로 부여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정치적 토대를 탄탄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전 헌법에는 이런 권한이 회의체인 ‘국방위원회’에 있었으나 이를 개인인 ‘국방위원장’에게 부여함으로써 김정은의 독자적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불편한 몸 상태를 외부에 노출시키면서 중국을 3번이나 방문한 것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노력이 주효한 탓인지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작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져왔다. 김정은은 지난주 말 노동당 제1비서·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했다. 세계의 조롱을 받을 만한 3대 권력 세습이 완성된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얼마 동안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8세의 젊은이가 남측이 상대해야 할 북측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의 숙제를 받은 것이다. 특히 오는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그럴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남측의 대북정책에는 상반된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처럼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면서 그들이 스스로 비핵·개방하면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을(乙)’이 개과천선할 때까지 ‘갑(甲)’으로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둘째는 김대중(DJ) 정부 시절의 ‘햇볕 일변도’ 전략이다. 북한 경비함이 기습공격을 해 우리 초계정이 격침되고 장병들이 전사해도 ‘김정일의 지시’가 아니라는 점을 흘리면서 대북 지원에 골몰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전략 모두 남북관계를 진정한 의미에서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북한은 현 정부의 전략에는 도발로 응수했고, DJ 정부 시절엔 남측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스러운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존의 대북정책에서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는 ‘제3의 길’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목록의 개발에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강력하게 응징해 재발의 의지를 꺾어놔야 한다. 북의 도발에 대해선 제재를 해야 하지만, 제재가 북한을 개과천선시키지는 못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도발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북 개입정책(Engagement)을 펼쳐야 한다. 그 일환으로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의 동시 추구, 인도적 지원의 지속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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