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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자던 OB광주공장, 수출 1번지 됐다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그 때 공장을 없앴더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수 천억원을 들여 다시 지어야 했을 테니까요.”


2007년 점유율 바닥에 폐쇄 위기
노사 합심, 다품종 생산 체제로
생산량 2배↑ … 맥주 수출의 60%

 이호림 오비맥주(52) 사장이 지난달 27일 광주공장 방문 때 공장 관계자 등에게 한 말이다. 이 사장은 “5년 전 취임 때 ‘100일 안에 처리할 일’ 중 하나로 주어진 게 광주공장 정리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오비맥주는 같은 그룹인 두산전자의 페놀 유출 및 낙동강 오염사고 여파로 시장점유율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대주주인 벨기에의 인베브(InBev)는 충북 청원과 경기도 이천의 공장만을 돌리고 광주의 것은 없애라고 요구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첫 작업이 공장을 없애고 직원들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게 싫었다”고 회고했다. 실직 위기에 놓인 광주공장 직원들은 생산라인 근무자들까지 퇴근 후 시내 음식점·술집 등을 돌며 “우리 술을 써 달라”고 판촉을 했다. 그는 “멀리 내다보자”고 대주주 등을 설득, 공장을 존치하면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다음 달이면 가동 25년을 맞는 오비맥주 광주공장이 하마터면 없어질 뻔했던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제일의 맥주 수출전진기지로 자리잡았다.



 광주시 북구 양산동 본촌산업단지에 있는 광주공장을 살린 묘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맥주든 소주든 술 공장들은 한두 가지를 대량으로 주조하는 게 보통이었다. 회사 측은 이것을 깨고, 광주공장에 대해 여러 종류의 맥주를 조금씩 만드는 전략을 폈다. 김길현 오비맥주 노조 광주지부장은 “아주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만들다 보니 한두 가지만을 만들 때보다 데이터 관리 등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많아 작업자의 피로도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광주공장에서 현재 생산하는 맥주 종류는 13가지나 된다. 국내 맥주는 카스·OB골든라거·버드와이저·호가든 등 4종이고, 나머지 9종은 수출 맥주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 방식을 통해 홍콩·일본·중국·미국·몽고 등 3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 맥주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오비맥주의 수출량 대부분을 광주에서 제조하고 있다. 광주공장의 지난해 생산량 2080만 상자(1상자는 500㎖짜리 20개) 중 808만 상자가 수출 맥주다. 홍콩 맥주시장에서 수십년 간 1위를 지키고 있는 ‘Blue Girl’과 몽골의 국민 맥주 ‘카스’도 Made in Kwangju다.



 전체 생산량은 2007년 최저점(938만 상자)을 기록한 이후 4년 새 122%가 늘었다. 또 16년 만에 신입사원 26명을 뽑아 직원수가 202명으로 늘었다. 국명표(51) 광주공장장은 “최고 경영자가 미래를 보고 현명하게 판단하고 직원들이 혼신을 다해 힘을 보탠 결과, 없어질 뻔 했던 공장이 완전히 살아났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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