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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연속 올랐다 … ‘불붙은 기름값’ 못 잡나

중앙일보 2012.04.16 00:00 경제 1면 지면보기
14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061.35원을 기록했다. 1월 6일부터 100일간 쉼 없이 오른 결과다. 이 기간 휘발유값은 1933.51원에서 출발해 2월 27일 20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15일 현재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의 평균 가격은 2130원을 넘어선 상태다.


정유사 열흘간 주문 ‘0’
전자 기름거래소 개장 휴업
거래 땐 관세 3% 감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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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혹시 공급이 과점형태여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연상케 한다. 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당장 정부의 압박이 예상돼서다.



 실제 지난해 말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며 주유소 업계를 겨냥했던 정부의 칼끝은 정유사를 향하고 있다. 핵심은 정유사가 쥔 석유시장의 가격주도권을 시장으로 넘기는 것이다. 현재 석유제품 가격은 정유사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에 환율·마진을 감안해 공급가를 정하고, 이를 주유소에 넘기면 다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다. 또 대부분의 주유소가 정유사와 전량 구매계약을 맺고 있다. 이런 유통구조를 깨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꺼낸 카드가 전자상거래 시장 도입이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전자상거래 시장은 ‘개장 휴업’ 상태다. 장이 열린 열흘간 정유사가 ‘팔자’고 내놓은 물량이 전무하다. 수입업체 등에서 간간이 소규모 물량을 내놓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 열흘간 거래는 15건에 그쳤고, 휘발유는 2억3000여만원어치만 매매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압박과 함께 ‘당근’도 꺼내 들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하면 원유에 붙는 3%의 관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 상품을 표준화해 거래가 더 쉽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거래 품목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지적을 감안해 운송비를 제외하고 거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유소는 정부와 연합군을 형성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현재 주유소협회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석유를 혼합판매할 의향이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상당수의 주유소들이 기름을 섞어 팔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정유사가 전량 구매계약을 고집한다면 불공정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유사들은 공급가를 더 내릴 여지가 없는 만큼 제도 도입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큰둥해했다.



 국내 기름값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국제 가격이다. 지경부와 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회의’는 최근 올 유가 전망치를 현재 수준인 배럴당 115~120달러 선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앞으로 가격이 크게 내려갈 여지가 없다고 본 셈이다. 다만 현재의 오름세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기대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두바이유가 하향세로 돌아섰고 싱가포르 현물시장도 안정기조로 들어갔다”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시세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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