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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위안화 변동폭 2배로 … “위기 없다” 중국의 자신감

중앙일보 2012.04.16 00:00 경제 4면 지면보기
중국 경제가 올 1분기에 8.1%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엔 8.9%였다. 이 때문에 중국 위기론(경착륙)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 변동폭을 하루 0.5%에서 1%로 두 배 늘렸다. 실물경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조치다.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경제운용의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13일 한 중국인이 선양(瀋陽)의 시장에서 채소를 사고 있다. [선양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 늘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미국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값이 하루 1%까지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진 0.5%였다. 당장 오늘(16일)부터 실시된다. 이번 조치는 2차 변동폭 확대로 불린다. 첫 번째 확대는 2007년 5월에 이뤄졌다. 그때 중국 정부는 0.3%에서 0.5%로 넓혔다. 66% 정도 확대였다. 이번엔 그 폭이 두 배로 넓어졌다. 그만큼 경제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원자바오(溫家寶·70) 총리와 저우샤오촨(周小川·64) 등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통 크게 결단한 셈이다.

5년 만에 0.5% → 1%로 확대



 크리스틴 라가르드(56)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즉각 특별 성명으로 화답했다. 이날 그는 “인민은행이 환율 탄력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중요한 조치”라며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폭 확대는 내수 비중을 늘려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라며 “환율을 결정하는 데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더 중요하게 구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단의 타이밍도 절묘했다. 바로 전날인 13일 중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됐다. 예상(8.4%)보다 낮은 8.1%였다. 실물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스페인 위기 조짐 등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나온 중국 성장률은 글로벌 시장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주 말 미국·유럽 주가가 1% 남짓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겐 진정제가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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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원자바오 등이 무턱대고 환율 변동폭을 넓힐 순 없다. 가장 적게 잡아도 중국인 2억 명이 환율 변동에 아주 민감한 수출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마침 3월 무역수지가 예상과 달리 53억 달러(약 6조420억원) 정도 흑자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2월엔 314억8000만 달러 적자였다. 또 3월 외환보유액도 예상보다 1000억 달러 정도 많은 3조3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수출기업 등이 심리적으로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는 시점에 통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게다가 지난달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1조100위안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상보다 2500억 위안 정도 많은 돈이 풀려 나갔다.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그 정도 자금이면 기업과 가계가 변동폭 확대 같은 조치를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했다.



변동폭 확대로 정말 위안화 값이 가파르게 오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변동폭이 커졌다고 위안화 값이 빠르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 연말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값이 6.2위안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요즘은 6.3위안 선이다.



 근거는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등을 규제하고 외환시장 직접 개입 등을 통해 위안화 값이 빠르게 많이 뛰지 못하도록 묶어 왔다. 2007년 5월 변동폭을 0.5%로 늘렸지만 실제 위안화 값이 0.5%까지 오르거나 내린 경우는 열흘도 안 된 이유다.



 이런 내막을 잘 아는 미국은 환영과 동시에 더 많은 조치를 주문했다. 백악관의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중국 위안화가 시장가치에 맞게 절상되는 것을 기대하는 가운데 이러한 발표가 나왔다”면서 “중국이 일부 진전을 이뤄냈지만 우리로서는 더 많은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번 확대가 할리우드 액션만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조치는 단기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현 경제정책 책임자 원자바오와 차기 책임자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57)이 컨센서스를 이룬 결과”라고 풀이했다. 최근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불균형 해소’와 ‘경제개혁’ 등을 입에 자주 올렸다.



 환율 변동폭 확대는 두 사람의 컨센서스를 실행할 수 있는 요긴한 수단이라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원자바오나 리커창이 위안화 값이 더 오르거나 내리도록 해 내수와 물가 압력을 조절할 수 있어서다. 하루 변동폭 0.5%는 내수와 물가 압력 등을 조절하기엔 충분치 않았다.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 시중은행의 신규대출 조절만큼 유연한 통화정책 수단을 하나 더 갖추게 된 셈이다.



 중국 위기론(경착륙)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 외부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값이 움직이지 않도록 꽁꽁 묶었다. 서방 전문가들이 더티 페그(Dirty Peg)라고 하는 조치다. 이랬던 중국이 이번엔 변동폭을 확대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고 중국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 경제분석회사인 MIES어드바이저스 폴 마코위스키 회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이징이 (자산가격 추락 같은) 돌발적인 사건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음을 드러내 보였다”며 “이른바 중국 위기론을 관에 넣어 못질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국부펀드의 자문관이기도 하다.



더티 페그(Dirty Peg)



어떤 나라가 겉으론 변동 환율제라 내세우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사실상 고정 환율제 효과를 거두는 행위. 중국은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자 외환시장에 공격적으로 개입했다. 거의 2년 동안 미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값을 6.8위안 선에서 꽁꽁 묶었다. 미국과 유럽이 거세게 반발하자 중국은 2010년 5월께 외환시장 고삐를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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