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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소니, 만만한 상대 아니다

중앙일보 2012.04.16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정선언
경제부문 기자
“소니, 잘될 것 같아?”



 전자업계를 출입하면서 “LG, 잘될 것 같아?”에 이어 둘째로 많이 받은 질문이다. 지난 12일 히라이 가즈오(52) 사장의 취임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의 머릿속에도 이 질문이 맴돌고 있었다.



 국내에서 소니는 삼성전자와 자주 비교된다. 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의 협력회사로 출발한 삼성전자는 TV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소니는 내리막길만 걸어왔다. 워크맨과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으며 한때 ‘애플만큼 창의적인 회사’로 지목되던 소니가 ‘몰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소니 내부의 시각은 달랐다.



 간담회 전 만난 이토키 기미히로(55) 소니코리아 사장은 “소니는 한 번도 1등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니의 설립 취지를 아느냐”고 물었다. 답은 ‘자유롭고 활발하며 유쾌한, 이상적인 공장 설립’이었다. 엔지니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내놓은 혁신적 제품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시장을 제패했던 것이지, 1등이 되려고 해서 1등이 된 게 아니란 얘기였다. 이토키 사장은 “그런 면에서 삼성과 소니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갤럭시S나 갤럭시탭은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대항마로 탄생했다. 따라잡기엔 발군이지만 ‘원조’를 만들지는 못하는 존재, 그게 소니가 보는 삼성이고 일본이 보는 한국이다.



 『논어』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知之者不如好之者),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이 있다. 이토키 사장의 설명대로라면 열심히 공부해 시장에 잘 맞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삼성전자는 지지자(知之者)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즐기는 소니는 호지자(好之者)요, 낙지자(樂之者)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나의 기준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한국의 문화는 똑똑한 사람은 양산해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을 키우진 못한다. 선진국의 문턱에 선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어느 쪽일까. 히라이 사장은 그날 “엔지니어 중심의 소니 DNA를 되살리겠다”고 선언했다. 위기의 소니, 여전히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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