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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제논·크립톤이 결정적 물증 역할

중앙일보 2012.04.16 00:00 경제 13면 지면보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 상황판.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지진과 인공 폭발의 지진파?초저주파음이 자동으로 잡힌다. [중앙포토]


북한의 3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는 등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북 정보 소식통들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지하 핵실험용 갱도에 핵실험 장비를 설치한 뒤 갱도를 되메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2006년,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할 때 우리나라는 그 물증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었다. 조만간 또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핵실험 조기 탐지는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본다.

3차 핵실험 징후 … 국내서 조기 탐지 어떻게 하나



 북한은 두 번에 걸쳐 한 것처럼 이번에도 지하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무리 지하 깊숙한 곳에다 핵폭탄을 묻어 터트린다 해도 그 물증은 곳곳에서 잡히게 돼 있다. 핵실험을 확증할 가장 중요한 자료는 핵폭탄이 터지면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지진파와 음파, 핵 물질이다. 핵실험 직후 이런 정보를 잡으면 핵실험을 확증할 수 있다.



 지진파를 보자. 핵실험 때 나타나는 지진파와 자연 지진파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강익범 박사는 “핵실험 때의 지진파는 음파처럼 전달되는 종파(縱波, P파)가 일반 지진에 비해 압도적으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2006년 핵실험 때 우리나라에서 잡은 지진파와 비슷한 지역에서 발생한 자연 지진파를 비교한 사진을 보면 핵실험 지진파는 갑자기 높은 파형이 나타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작아진다. 그러나 일반 지진은 작은 파형이 나타난 뒤 작아지다 다시 큰 파형이 나타나는 등 상당히 불규칙적이고 복잡해 보인다. 2006년 핵실험 때에는 지진 규모 3.9, 2009년 때는 지진 규모 4.5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에 35곳의 지진관측소를 운영하고 있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의해 미국 공군이 운영 중인 강원도 원주 관측소는 무려 한 곳에 다양한 기능의 고성능 지진계가 26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지진파는 일반 폭발과 핵 폭발을 구분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위장하기 위해 일반 폭발물을 대량으로 터트린다면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2006년 북한 핵실험 때의 지진파형(위)과 2002년 인근에서 발생한 자연 지진의 지진파(아래). 핵실험 지진파의 경우 P파가 S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자연 지진파에 비해 단순해 보인다.
 핵실험 때 잡으려는 공중음파(Infra sound)는 핵 폭발 때 나타나는 충격파를 말한다. 그 파동이 공기를 타고 전파된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음파로 인공 발파, 핵실험, 초음속 비행기, 화산 등 다양한 경로로 발생하기 때문에 음파 처리와 판별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경북 울릉도와 강원도 양구·고성·철원 등 7곳에 공중음파 관측소가 설치돼 있다. 세계적으로 국제 공중음파 감시관측소는 현재 39곳이 운영되고 있다.



 핵실험의 물증으로 가장 확실한 것이 폭발 지하 현장에서 공기 중으로 새어 나오는 핵물질이다. 보통 핵 폭발이 일어나면 200종 이상의 핵 물질이 생성되는데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핵종(核種)은 제논(Xe)과 크립톤(Kr)이다. 다른 핵물질들은 핵 폭발 갱도 안에 대부분 갇히거나 다른 물질과 반응을 일으켜 흡착되지만 제논과 크립톤은 미량이라도 갱도 밖으로 빠져 나올 뿐만 아니라 다른 물질과 반응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 핵종은 확실한 핵실험 물증(smoking gun)으로 꼽힌다. 한국원자력학회 장순흥 회장은 2009년 핵실험 때에는 이들 두 물질이 많아야 1g 정도 생성됐던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때는 동해 바다에서 공기를 채집했으나 이 핵종들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고, 1차 핵실험 때는 찾아냈었다.



 핵종 분석용 공기 채집에는 풍향이 중요하다. 핵실험 현장에서 공기를 채집하는 쪽으로 수일 안에는 바람이 불어줘야 그런 핵종이 포함된 공기를 포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논과 크립톤 분석 장비를 고정식과 이동식 모두 갖추고 있다. 만약 핵실험 징후가 잡히면 즉시 동해나 비무장 지대 등으로 출동해 공기를 포집하고, 하루 내에 관련 핵종 포함 여부를 분석해 낼 수 있다. 이미 관련 부처 공무원과 과학자들이 모의 훈련도 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핵실험감시망의 경우 전 세계에 80개소의 핵종 탐지소를 운영하고 있다.



방사능 핵종(核種)=핵실험 때 나오는 방사능 핵종은 우라늄·플루토늄 등의 핵이 분열하면서 생성되며 200여 종이 있다. 그중에서도 제논과 크립톤은 지하 핵실험 때 미량이 대기 중으로 그대로 빠져 나오며, 이들을 핵실험의 결정적인 물증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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