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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공천 탈락은 합리적 야당 퇴조 상징

중앙선데이 2012.04.15 02:42 266호 4면 지면보기
이번 19대 총선은 ‘왼쪽’으로 향하는 전반적인 정책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거꾸로 주도권을 쥐면서 승리한 측면이 강하다. 복지공약과 재벌기업 정책 등에서 먼저 목소리를 높인 야당이 큰 흐름을 간파한 여당의 추격으로 더 이상 왼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워지면서 주도권을 내줬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닌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적절히 왼쪽으로 이동을 시도했다. 그 때문에 더 왼쪽으로 이동해야 했던 야당은 급진적인 좌경 성향을 우려하는 표심 때문에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중도 성향의 표밭을 확보하면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국 향배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여당과 제1야당의 안정적인 양당구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 같지 않아서다. 여당은 전통적으로 정책의 선택 여지가 넓지 않다. 제1 야당이 내거는 정책에 따라 대응하면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 제1 야당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이끌던 과거의 야당과 지금의 야당은 다르다. DJ가 이끌던 야당은 대한민국의 체제와 이념을 부정하지 않았다. 체제 안에서 경쟁했다. 대표적으로 노태우 정부 때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DJ가 이끄는 야당은 착실한 경쟁을 벌였다. 노태우 정부가 경제적으로는 10% 성장을 이룩하면서 정치적 안정도 누릴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화국이 남긴 부정적 유산을 제대로 청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지 않고, 헌법이 내세우는 틀을 수용하며 벌인 경쟁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 과정을 지켜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제1 야당이 자리를 잡지 못하리라는 느낌이 든다. 상징적인 예가 민주당 강봉균 의원의 퇴장이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하는 당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다 공천에서 탈락했다.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고 강봉균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체제와 국가이익을 따지며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호남의 정치세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복지정책과 대기업 문제,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에 관해 민주통합당은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말이 민주당이지, 실질적인 정책 취향은 훨씬 좌파적인 민노당의 내용이었다. 합리적인 대안 세력이 퇴조하는 이유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빙자한 포퓰리즘의 거센 부상 때문이다.

‘가수 팬클럽 현상’에 빗댈 수도 있을 것 같다. 팬클럽은 가수가 있으니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팬클럽을 극성 구성원들이 장악하면서 이들의 입김이 결국 가수와 클럽 전체의 결정을 이끌게 된다. 극단의 흐름이 전체를 주도하는 것인데 지금의 야당이 그렇다. 포퓰리즘식 극단 성향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내면서 합리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번지면 우리의 정치수준은 앞으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사람이 다시 국회에 진출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그룹이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제1 야당은 더욱 과격한 정책을 선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지만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수 있는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얼마나 자유스러울지 의문이다.

차기 대선 후보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의 리더십은 이번 총선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복지문제 등 야당이 먼저 쟁점화한 현안을 무기력화하는 데는 그의 결단이 작용했다. 판을 넓게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전략구사 방식이다.

야당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포퓰리즘을 더 강하게 구사하면서 여당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대선 후보로는 안철수씨가 거론되고 있지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그가 좀 더 책임있는 자세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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