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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 인민을 더 염려하는가

중앙선데이 2012.04.15 02:11 266호 30면 지면보기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 실패는 기묘한 업적이다. 북한 정권은 다른 나라들을 격분시킴과 동시에 스스로도 황당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이번 실패는 평양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그렇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또 다른 결의안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98년 이뤄진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는 김일성의 사망 이후 4년간 은둔해 있던 김정일의 재부상을 알렸다. 2009년의 두 번째 발사는 그 한 해 전에 건강악화로 거의 죽을 뻔했던 김정일이 되살아났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가 있었다. 이번 발사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그를 닮은 손자 김정은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화려한 불꽃놀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추진체가 제대로 실험을 거치지 않고 불안전했더라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발사가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발사와 다른 점은 평양이 공개적으로 실패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발사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에 외신기자들이 무더기로 들어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수많은 북한 사람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나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패 사실을 먼저 밝히면서 뉴스를 선점하는 게 징그러운 외국 미디어들을 통해 인민들에게 알려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로켓 발사마저 실패했고 경제는 빈사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인민들에게 뭔가 내세울 수 있는 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세 번째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큰 건 그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핵실험을 하면 북한이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여기는 플루토늄이 또 하나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북한 정권이 강력한 데다 북한의 목에 올가미를 걸려는 중국과 한국의 의지는 빈약하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는 건 제2의 한국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빅터 차는 그의 새 책에서 “(북한 정권의) 끝이 보인다”라고 주장했지만 그걸 뒷받침할 만한 증거 역시 별로 없다.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린 그냥 앉아서 북한이 무너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어렵고 절망적이더라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계속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인권과 인도주의적 문제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워싱턴에서 지난주 공개된 데이비드 호크의 보고서 ‘숨겨진 수용소’는 수많은 북한 사람이 겪고 있는 고통을 잘 보여준다. 식량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 어린이의 약 3분의 1은 영양실조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배고픈 아이가 정치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북한을 아무리 싫어하더라도 손 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로버트 킹을 첫 북한 인권 전담 특사로 지명했다. 킹은 지난해 5월 평양을 방문해 인도적 구호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이제 거의 1년이 지났으니 킹은 새로운 실사팀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수억 달러를 들여 로켓을 발사하는 게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니 북한 사람들에게 그들을 챙기는 건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라는 걸 보여줄 기회다. 구호식량에 찍혀 있는 원조 국가들의 이름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 국가들을 미워할 수 있겠는가. 북한 지도자들에게는 개방이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김정은과 참모들은 개혁과 개방이 왜 좋은지를 보려면 미얀마를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북한은 동맹국인 시리아가 걸어가고 있는 피비린내 나는 길을 따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피터 벡 미 버클리대 졸업.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 조사·학술담당 실장,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 소장을 역임. 최근 아시아재단 한국대표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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