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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영향력, 수도권·대도시 못 벗어났다

중앙선데이 2012.04.15 01:50 266호 3면 지면보기
지난 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김용민(가운데) 서울 노원갑 후보의 지지 모임에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왼쪽)·주진우씨가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2010년 6·2 지방선거와 지난해 두 차례의 재·보선 과정에서 선거전의 신(新)병기 자리를 굳혔다. 소설가 이외수씨 같은 파워 트리터리안들이 내놓는 트윗이 여의도 정치인들을 떨게 만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4·11 총선에선 어땠을까.

4·11총선, 맥 못 춘 SNS

중앙SUNDAY와 다음소프트가 지난달 25일부터 투표 전날인 10일까지 분석한 결과 이번 총선에선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트위터 세상의 관심이 집중된 선거구 30곳 중 17곳에서 트위터 평판과 선거 결과가 달리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SNS의 영향력이 줄어든 배경을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가장 먼저 SNS 공간이 ‘그들만의 리그’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SNS 공간의 압도적인 주도세력은 진보 진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파워 트위터리안들은 대부분 야권 정치인, 야권에 친화적인 인사들이다. 트위터의 주된 이용층인 20, 30대 역시 정부·여당에 가장 비판적인 세대다. 이를 보여주듯 총선을 앞둔 한 달간 SNS를 달궜던 최다 키워드는 민간인 사찰, 제주 해군기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야권연대 등 진보진영과 야당들이 주도했던 이슈였다. <중앙SUNDAY 4월 8일자 4면 참조>

이번 분석에서도 새누리당의 정몽준·하태경·이한구·김을동·나성린 후보 등은 트위터 평판에서 야당 후보들에게 크게 밀렸다. 그럼에도 당선됐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부소장은 “세간의 여론은 정권심판론에 동감하면서도 동시에 야당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보이는 분위기가 확산됐는데 진보가 주도하는 SNS 공간에선 ‘야권 편향’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때와 달리 SNS 여론과 오프라인 여론의 흐름이 일치하지 않으니 SNS의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SNS 공간이 오프라인 여론과 차이 날 경우 선거에서의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SNS 여론이 실제 표심과 다르게 나타나는 또 다른 원인은 자극적 소재에 집중하는 SNS의 특성으로도 지적된다. 이는 일부 야당 당선자들이 트위터 평판에선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낮은 경우에서도 드러난다. 민주통합당의 신경민·정청래·이해찬 후보는 각각 경쟁자인 권영세·김성동 후보,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에 비해 부정적 평판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그런데 그 이유를 추적해 보면 거기엔 눈을 끄는 자극적 소재가 개입해 있다. 다음소프트 관계자는 “권영세 후보 등 새누리당 후보들의 경우 관심도가 떨어지며 부정적 평가까지 줄어 평판이 나쁘지 않게 나온 측면도 있지만, 신경민 후보의 평판이 더 나쁘게 나온 것은 트위터에서 40억원 가까운 등록 재산이 갑자기 거론되며 관련 글을 퍼나르는 확산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후보는 지방 공무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트위터에 오르며 이미지를 구겼다. 정청래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초등학교 교장에게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등장해 트위터 여론에서 손해를 봤다. 그러나 이들 소재는 선거를 앞둔 오프라인 언론이나 시중 여론에선 심각한 하자라고 간주하지 않았던 사안들이다. SNS 전문가인 대구가톨릭대 장우영(정치학) 교수는 “트위터 세상에서 지지층 선호도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선거 때의 스윙 보터(swing voter·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투표층)처럼 트위터의 부동층에겐 자극적 소재가 후보를 판단하는 재료가 된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세상의 소재들이 자극적이다 보니 트위터 여론이 지속성을 띠지 못하는 것도 총선 영향력이 줄어든 한 요인이다. 총선 전 한 달간의 이슈를 분석하면 트위터리안들의 최대 관심은 제주 해군기지→한·미 FTA→야권연대→민간인 사찰로 계속 이동했다. 다음소프트 관계자는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모두 향하는 쏠림 현상과 하루 단위로 관심사가 바뀌는 휘발성”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의 주된 지지층이 활동하는 트위터의 여론이 시시각각 움직이는데도 하나의 이슈로 전선을 몰아가지 못한 채 여러 사안으로 공격 지점을 넓힌 게 총선 패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SNS는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의 숙성을 거쳐 만들어지는 오프라인 여론에 비해 생명력이 짧아 이번 총선에서처럼 한·미 FTA에 이어 민간인 사찰, 김용민 막말 파문 등 다양한 이슈가 등장했을 때는 여론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SNS의 주된 이용층인 2030세대의 다수가 수도권·대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전국 246개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총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총선에선 트위터리안들이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이슈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트위터 여론이 실제 유권자들의 표심과는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유권자들의 경우 트위터 이용자들이 적어 실제 투표층의 표심은 트위터 여론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에서 트위터리안들의 관심이 집중된 선거구 30곳은 친노(친노무현)계 성지인 경남 김해을, 이해찬 후보가 뛰어든 세종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출마한 경남 사천-남해-하동(강기갑), 전남 순천-곡성(김선동) 등 4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과 부산·광주 등 광역시다. 반면 트위터에서 관심도가 가장 떨어졌던 ‘트위터 소외 지역구’ 30곳 중 수도권·광역시는 7곳뿐으로 나머지 23곳은 모두 지방 선거구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지역적으로도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 밀집돼 있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에서도 수도권·광역시의 공간적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장우영 교수는 SNS의 이용자 숫자도 지적한다. SNS가 선거 변수로 떠오르기 전인 2002년 대선 땐 인터넷상의 온라인 선거가 화두였다. 장 교수는 “당시 온라인 공간에선 노무현 후보 지지세가 압도했는데 인터넷 이용자가 2600만 명에 육박했다”며 “하지만 현재 트위터 이용자는 620만 명에 불과해 그 효과가 당시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장 교수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SNS가 자신과 다른 바깥의 여론을 끌어당길 만큼 몸집을 키웠다고는 볼 수 없다. 또 트위터 이용자들의 절대 다수가 진보지향적이어서 외부 민심을 포괄할 만한 여론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우물 안의 관심과 우물 바깥의 관심이 괴리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2·19 대선에선 이번과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투표가 전국에서 실시되고, 대통령을 뽑는 양자선택의 단일 이슈가 SNS를 지배하게 되는 만큼 트위터 여론이 총선에서보다 훨씬 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SNS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달리 ‘인증샷’과 리트윗을 통해 강력한 전파력과 동원력을 갖는다. 이제 ‘투표 인증샷’은 젊은 층의 정치문화로 자리 잡았다. 외부 여론의 흐름과 박자를 맞추며 언제든지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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