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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만 먼저 폭발했어도 백령도 일대는 대재앙”

중앙선데이 2012.04.15 01:48 266호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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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광명성 3호의 실패 원인, 발사 과정 같은 것들이 가장 의문이다. 어떻게 보나.
“국방부가 발사 135초 뒤에 폭발했다는데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곤란한 점이 있다. 설명하기 어려운 난점이 생긴다. 북한이 당초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이전 은하 2호(대포동2호)의 성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35초 뒤 2단계가 분리되고 파편은 800㎞가 넘어 제주도 남쪽 바다쯤에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론 태안반도~군산 앞바다로 흩어졌다. 다른 측면에서 파편이 떨어진 해역의 위치를 기준으로 보면 이는 발사 135초 이전에 폭발했어야 한다.”

항공대 장영근 교수의 과학적 시각으로 본 은하3호


-그러나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폭발 시점이나 낙하 해역은 모두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측정 자료를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발표한 것이란 의미다.
“이번 발사 기간 동안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은 은하 3호의 1단계 추진체 직경이 은하 2호보다 20cm 늘었다고 한다. 그 말은 탱크가 커져 연료가 더 들어가고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러면 국방부가 발표한 2분15초에 1단계 추진체가 폭발할 수 있다. 하지만 추진체 잔해들이 떨어진 위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파편이 훨씬 더 멀리 날아갔어야 하기 때문이다. 뭐가 잘못된 건지 지금도 계속 시물레이션 실험 중이다.”

-북한이 이번 발사와 관련된 자료를 다 공개했다는데 왜 혼란이 오나.
“어떤 나라가 위성을 발사하면 보통 시퀀스라는 것을 제공한다. 발사해서 위성이 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초 단위로 예상한 상황 정보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1·2단 로켓이 떨어질 예상 위치와 로켓이 500㎞ 상공에서 태양동기궤도(위성이 적도 궤도가 아니라 남에서 북으로 극점을 도는 궤도)로 들어갈 것이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아무튼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폭발이 왜 일어났다고 보나.
“1단 추진체 사고의 70%는 엔진에서 발생한다. 추진체의 연료가 거의 다 탔을 무렵 엔진에 포고(pogo)라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엔진과 발사체가 연소로 인해 강하게 요동치는 현상인데 그 과정에서 연료가 새면서 폭발할 수 있다. 그러나 뭐가 정확한 원인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우리의 나로호 발사 실패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나로호는 1단계 147초에 폭발했다. 은하 3호 폭발보다 조금 늦긴 하지만 1단 엔진 용량이 더 커서 오래간 거다.”

-파편이 20개쯤 발생했다는데 그런 양상으로 원인을 알 수는 없나.
“이번 은하 3호의 텔레멘터리 데이터(telementary data·로켓이나 발사체에서 지상으로 전송하는 상황 정보)를 분석하면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북한이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나로호의 경우도 텔레멘터리 데이터를 러시아가 공개하지 않아 아직까지 폭발 원인을 우리가 제대로 분석할 수 없는 거다. 일부러 폭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엔진이 오작동했는데 폭발하지 않으면 2·3단 로켓과 인공위성이 덩어리로 바다에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우리에게 기술을 유출하는 게 되니까 자폭 시스템을 가동해서 박살낸 것일 수도 있다. 모든 발사체에는 비행종료시스템(FTS)이라는 자폭시스템이 있다.”

-대포동 시리즈는 거의 실패다. 2009년 발사도 자기들만 성공이라 할 뿐 외부에선 실패라고 한다. 이번 실패까지 감안하면 북한 미사일이 미국까지 닿을 만큼 능력이 있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닌가.
“우리나라가 예전에 무궁화 통신위성을 쏠 때 50번 가까이 성공했지만 실패도 있었다. 러시아 발사체인 드네프르(Denpr)도 몇십 번 잘 날아갔는데 2006년에는 실패했다. 북한은 조금 다르긴 하다. 2009년에 2단 로켓이 3600㎞를 날아 성공했다고 하지만 궤도로 위성을 올리는 것은 실패했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추진기술이 상당히 발전했구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검증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에 1조원까지 들였다는데 왜 실패를 거듭하나.
“1조원은 과장이다. 발사대의 경우 한국이 나로호 발사장을 만들 때 들었던 3500억원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나로호 발사장은 시설이 아주 고급이다. 지하에 시스템을 관리하는 방이 80개 있고 연료 주입도 1시간10분이면 끝난다. 그런데 외신 기자들이 현장에 가서 전해오는 북한 발사장의 모습은 시설도 엉성하고 연료 주입도 10시간 이상 걸린다.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통신위성에 1억5000달러가 든다고 하는데, CNN 방송을 기준으로 내가 만든다면 20억원도 안 들 만큼 수준이 낮다. 순과학적 관점에서 내가 평가하면 그런 시설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500억원이 안 될 것 같다. 물론 없는 나라에서 그 정도의 돈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1조원이 들었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마 이런 말을 하면 좌파라 할 텐데 과학에 좌우가 어디 있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면 이번 실패는 처음부터 엄청난 위험을 내포한 것이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 이번 폭발이 실제보다 10~20초 먼저 일어났다면 파편, 남은 독성 연료 같은 것들이 궤도 아래 있는 백령도·연평도·어청도를 강타했을 것이다. 굉장히 아찔한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애기다.”

-은하 3호의 수준을 다시 분석해 보자. 외형상 이번 은하 3호가 대포동 2호와 같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사진에는 은하 3호가 은하 2호 때의 1·2단을 쓴 것처럼 보인다. 만약에 내부가 바뀌려면 탱크의 크기를 조절했다거나 엔진 설계를 바꿨다는 건데 2009년에 설계해서 3년 만에 바꾼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적인 관점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지만 1단을 개량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또 3단 발사체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번에 북한은 은하 3호 2단 로켓의 비행거리가 2500㎞라고 했는데 이는 은하 2호 때보다 1000㎞ 줄어든 것이다. 이는 3단 로켓을 키우고 2단을 줄였다는 의미다. 3단 엔진을 키우고 추진체도 10t 이상 늘려 위성을 태양동기궤도로 진입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대포동 2호의 1·2·3단 전체를 손본 것으로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더 확인해야 한다.”

-어디서 그런 기술을 획득하는가.
“3단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체 로켓기술을 쓰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란에서 가져왔다고 본다. 만약에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면 굉장히 개량된 형태의 미사일이 개발됐음을 의미한다. 사실 미사일 기술은 북한에서 이란으로 갔는데 이란은 벌써 위성발사를 세 번이나 성공했다. 석유 때문에 돈이 많으니 투자를 어마어마하게 하는 거다. 현재는 이란이 북한보다 미사일 기술이 훨씬 발전했다. 청출어람인 셈이다.”

-과학자가 보기에 이번 광명성 3호 발사는 북한이 평화적으로 우주를 이용한 것인가.
“아니다. 이란을 보라. 이란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 했다. 그런데 지정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미사일을 시험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인공위성 발사 핑계로 미사일 시험을 대신했다. 3단 로켓에 핵탄두 대신 위성을 실었다. 북한도 이란과 같다고 본다. 겉으로는 평화적인 인공위성 발사지만 뒤론 미사일 시험을 하는 거다. 의도가 불순하다. 2007년 북한은 조선우주공감위원회를 만들어 인공위성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엔 이번이 인공위성 발사 시험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북한이 광명성 3호에 핵무기를 실어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위성 대신 핵폭탄 싣고 궤도에 올려 실험하면 모든 인공위성이 다 죽고 북한은 만인의 적이 된다. 러시아·중국 위성도 다 죽을 텐데 그러면 북한이 밥 먹고 살겠나.”

-북한은 언제쯤 미사일 발사에 성공할까.
“발사체 기술은 ‘시행착오의 기술’이다. 수많은 시험과 실패를 거듭할수록 기술은 안정화된다. 그래서 우주 기술을 확보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북한은 돈이 없다. 지금 북한의 미사일 제작 툴이나 설비도구는 다 노후화돼 있다. 돈이 없어 부품도 마음대로 못 산다. 국제사회에서 제재도 심하다. 그래서 미사일 연구를 수십 년간 해도 한계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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