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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새누리당·야당 ‘3자 권력체제’ … 정책경쟁으로 갈 기회

중앙선데이 2012.04.15 01:36 266호 14면 지면보기
지난 12일 ‘한국사회 대논쟁’에 참석한 학자들이 토론 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재휘 중앙대 교수,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 이양수 중앙SUNDAY 편집국장 대리, 박찬욱 서울대 교수. 조용철 기자
이양수 편집국장 대리=4·11 총선 초반에 정권심판론이 우세하다가 후반에는 ‘거야(巨野)심판론’이 힘을 받았다. 새누리당이 의회권력을 갖고 향후 정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주목된다. 한국 정치발전사에서 4·11 총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연중 기획 한국사회 대논쟁 ⑦ 4·11 총선 이후

박찬욱(서울대) 교수=한국 사회에서 ‘경쟁적 선거’가 제도화됐다는 걸 확인했다. 경쟁적 선거에선 선거를 치르기 전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다. 4·11 총선 전 여러 정치학자들이 여소야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152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게 바로 결과의 불확실성이다. 또 예상 밖의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나오자 여야 정치인들이 이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경쟁적 선거의 두 번째 조건이 ‘사후 결과의 불가역성’인데 이것 역시 관철됐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것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의 임기 말에 치러진 이번 총선은 일종의 ‘회고적 투표’였다. 이게 야당 승리의 필요조건이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국민은 변화를 원하나 질서 있는 변화, 미래비전이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을 원했다. 충청·강원 지역, 중도층,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결집한 이유다. 새누리당이 민심을 읽고, 변화를 꾀하는 데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김호기(연세대) 교수=선거의 변수는 구도, 인물, 비전·정책 세 가지다. 이번에 구도는 미래권력론 대 정권심판론이었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회고적 심판, 대선은 전망적 성격이 우세하다. 하지만 4·11 총선에선 미래권력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의석 수에서 새누리당이 12석쯤 앞서지만 정당 지지율을 보면 보수·진보의 비율은 대략 46% 대 47%다. 두 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거쳐 우리 사회도 보수·진보 구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인물에 관해 말하자면 사실 이번 선거는 일종의 패키지 선거였다. 한마디로 ‘총선 속 대선’이었다. 그래서 정책보다 인물이 주목받았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바람에 야권으로선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또 MB 정부 심판론은 2010년 6·2 지방선거,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에서도 이용됐다. 이번이 세 번째다. 야권의 심판론이 작동하려면 정책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야권은 2030세대나 중산층·서민을 겨냥한 정책대안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김광두(서강대) 교수=경제 측면에서 보면 야권의 대안 제시가 좀 약했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미래지향 이미지를 더 줬다. 희망을 주는 변화가 아니라 현재 질서를 파괴하는 데 중점을 두면 성공하지 못한다. 젊은이들은 일자리에 가장 관심이 많은데, 야권의 일자리 비전이 매우 취약했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힘을 합쳐 정치적 기반을 넓혔을지 몰라도 정책 측면에선 민주당의 정체성이 자꾸 흔들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가 대표적인 예다. 재벌개혁에도 과격한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파괴적 변화에 비중을 많이 둔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박찬욱 교수=여당으로선 전략적 선택의 불가피성도 있었다. 정권심판론을 차단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 사이에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다.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꾼 것도 희극이자 코미디였다. 그런데 전략적으론 양자의 동일시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호기 교수=너무 좋게만 해석하는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선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이 극명하게 갈렸다. 수도권에선 중산층·서민을 바탕으로 야권연대가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 강세지역, 즉 강남지역이나 경기도 농촌지역에서 지지를 받았다. 새누리당 승리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는 영남권의 지역주의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비전·정책에서 야권이 잘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도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이재오·정두언 의원처럼 자생적 기반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새누리당 후보가 다 패배했다.

정용덕 회장=어느 나라 정당이든 선거날이 가까울수록 가운데로 몰리는 성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성공했다. 당의 색깔을 바꿨다. 원래 붉은색은 영국 노동당의 색깔이고, 빨간 장미 색은 프랑스 사회당의 색깔이다. 새누리당이 진보의 레드 색깔을 먹어버린 것이다. 정책 면에서도 새누리당은 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키며 중간지대를 파고들었다. 반대로 민주당은 야권연대 때문에 자꾸 왼쪽으로 끌려갔다.

김호기 교수=선거전략상 두 마리 토끼 전략이 있다. 첫째는 조지 W 부시가 성공한 것인데 지지세력(집토끼)을 결집하는 것이다. 둘째는 빌 클린턴처럼 중간세력을 통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집토끼를 잡고 선거 중반쯤 산토끼를 잡는다. 4·11 총선 전 새누리당은 보수에서 중도보수로 이동했다. 예컨대 경제민주화,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 같은 것이다. 유럽의 중도진보정당이 내세우는 사회투자국가론과 유사하다. 그런데 중도진보인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하다가 좌클릭을 해 중도진보에서 진보로 가버렸다. 새누리당이 중도세력을 끌어안기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 선거 후반에 민주당은 중간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김광두 교수=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꾸 갖고 있는 걸 나눠먹자는 얘기를 하게 됐다. 민주당에서 내놓은 복지공약 예산이 165조원쯤 되는데 새누리당은 75조원쯤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국내 자산투자가 확 줄고 투자의욕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이 더 이길 수 있을 것 같던 수도권에서 중산층·화이트칼라가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박찬욱 교수=경제적으로 입장을 왼쪽으로 한 것으로 서민들 지지는 충분히 얻었다고 본다. 다만 민주당이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은 한·미 FTA 폐기론이라고 생각한다. 여론 동향을 보면 ‘FTA가 이미 발효됐으니 이대로 가야 한다’는 게 압도적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각을 세우기 위해서,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위해서 전략을 잘못 세운 측면이 있다.

김재휘(중앙대) 교수=보수·진보 모두 공천 물갈이가 심하다 보니 유권자로선 자기 지역구 후보가 낯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럴 때 ‘원산지 효과’가 작동한다. 당의 리더,
당의 이미지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총선에선 후보 개인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영호남 지역주의란 표현도 더 이상 맞지 않다. 정치판에서도 세분화 전략이 필요하다. MB 심판론에 대해 유권자들은 상당히 식상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절묘하게 당명과 색깔을 바꿨다. ‘이명박은 욕해도 박근혜는 욕하기 힘들다’는 정서가 퍼졌다. 원산지 효과에서 성공한 것이다.

김광두 교수=시민들은 공정성과 양극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강남은 여당, 강북은 야당이 석권한 이유다. 수도권에서 그런 요구가 더욱 강하다. 핵심적 화두는 재벌개혁 문제다. 왜 재벌은 죄를 지어도 집행유예를 받고, 갑으로서 을을 착취하고, 비정규직을 지나치게 악용하느냐 하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가 사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지만 규제장치도 미흡하다. 재벌개혁에 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양수 국장 대리=이제 4·11 총선 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복지, 성장, 남북관계가 한국 사회의 방향을 좌우할 과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김호기 교수=수도권 유권자들이 정권심판론에 표를 많이 던진 이유가 뭘까. 지난 4년간 MB 정부의 정책이 국가의 공공성보다 사익 추구에 치중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양극화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산업·소득·노동시장 같은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교육·주거·소비 같은 사회영역에서도 나타난다. 민주화시대 25년째 한국 사회는 공동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 민주선거의 장점 중 하나는 모든 사회문제가 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는 점이다. MB 정부가 일할 기간은 앞으로 8개월쯤이다. 1997년 총선 국면과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 ‘이중권력’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97년 당시 대통령은 김영삼(YS)씨였지만 또 하나의 권력 주체는 신한국당 총재 이회창씨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 사이에 전개될 이중권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MB 정부는 화합과 통합의 국정운영을 추진해야 한다. 또 야권연대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12월 대선에서 강력한 도전세력이 될 것이다. MB정부는 남은 기간 중 남북관계, 복지, 성장 분야에서 거시적 비전을 내세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친서민·중도실용처럼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잘 마무리해서 차기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 4대 강 개발처럼 잘못한 부분은 피해를 극소화해야 한다. 차기 정부 역시 무조건 MB 정부를 다 부정해선 곤란하다.

김광두 교수=우리 사회는 성장률·매출액·수출액 등 외형 위주 성장에 집착했다. 앞으론 경제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게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인들이다. 제조업만으론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힘들고 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건 지식·의료·생활복지 서비스 분야 등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에 대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원들이 법을 고쳐야 한다. 말로만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하지 말고 이익집단의 로비를 뿌리쳐야 한다. 유권자들도 국회의원의 성향을 분명히 파악한 뒤 표를 던져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찬욱 교수=김 교수가 ‘이중권력’을 얘기했는데 나는 ‘삼중권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행정부·여당에다 야당을 포함시켜야 한다. 복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일자리 창출 같은 분야에선 3자 사이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 향후 8개월이 대선 국면인데 야권의 내부사정이 복잡하고 경쟁도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양수 국장 대리=정치권의 생리로 볼 때 19대 국회는 7월께나 원(院) 구성을 끝내고 국정조사·특검 등으로 싸우다가 정기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타협보다는 충돌이 일상화될 것 같다. 의정 마비 비슷한 현상이 예상되는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정용덕 회장=올 연말 대선까지 여야 간 타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부·여당 관계는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에선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어 대여 투쟁과 선명성 경쟁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선 한 번 간 길을 또 다시 간다는 뜻의 ‘경로의존성 이론’이 있다. 19대 국회에 새 세력, 새 사람이 많이 들어갔다지만 결국 똑같은 행태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광두 교수=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 타협하면 더 잘하는 것이고 둘 다 잘 보이게 된다. 그런데 야권에선 선명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조금 더 왼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선 출마 정치인들은 새로운 국정 어젠다와 함께 그것을 추진할 방안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한국 사회는 엄청난 불신·부패 구조다. 법조계·행정 모두 불투명하다. 그래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누가 됐든 신뢰사회를 향한 투명성을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삼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보면 대선 국면에서 여야는 입법 활동보다 정치공학 차원의 선거전략을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호기 교수=긍정적 부분도 있다. 올 12월까지는 정치경쟁·정책경쟁의 시간이 될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온순해진다. 여야 모두 대선을 앞두고 국민을 위한 여러 입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여야 정책경쟁이 촉발될 경우 모두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점에 착안해 시민사회나 언론도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여야 정당을 압박해야 한다. 향후 8개월이 새로운 가능성의 시공간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보육·청년실업에 대해 민주당이 법안을 만들면 새누리당도 무작정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네거티브 경쟁이 아니라 누가 먼저 주도권을 잡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김재휘 교수=이중권력, 삼중권력은 결국 절대권력이 없다는 소리다. 시장경제 측면에서 보면 독과점 기업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야권연합의 경우 4·11총선에서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무조건 반대’만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김광두 교수=언론매체도 반성할 점이 있다.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은 경제·정책 분야엔 별 관심이 없고 정치 스캔들에만 굉장히 신경을 쓴다. 언론사가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할 팀을 꾸려 선거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어떤 정치인이 굉장히 좋은 경제정책을 발표했는데 어느 기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아 절망했다고 하더라. 사실 복지 문제는 곧 세금 문제다. 나이 많은 세대로선 노인복지 확대가 고맙지만 젊은 층이 내야 할 세금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건 분명히 매스미디어의 책임이다.

이양수 국장 대리=중앙일보는 그런 관행을 타파하려고 애써 왔다. 현재 정치데스크를 하는 이는 경제부 출신이다. 또 정치·경제·사회 부서를 망라한 취재팀을 가동한 적도 많다. 그런데 참 어렵다. 신문 지면은 좁고 독자들의 정책기사 선호도는 떨어진다. 올해 대선에선 각별히 신경 쓰겠다.

김호기 교수=정당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정당들이 정책 경쟁을 하려면 ‘상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최대 쟁점은 의료보험 개혁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금융개혁이었다. 2009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최대 원인은 경제성 없는 수력댐 건설 포기와 저소득층 아동수당 신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작된 무상급식 문제가 복지 논쟁의 출발점이 됐다. 유권자들로선 여야가 내놓는 모든 정책에 관심을 쏟을 수 없다. 여야 정당은 유권자들의 정책적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상징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당들은 그런 걸 잘못한다.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에는 뛰어나지만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정치력에는 한계가 있다.

정용덕 회장=12월 대선 정국을 앞두고 복지와 성장, 남북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 게 바람직할까.

김재휘 교수=3자 권력체제에선 양자 권력에 비해 대화·소통 쪽으로 가기 쉽다. 남북 문제만 해도 MB 정부가 현재 정책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 있다.

이양수 국장 대리=정부·여당·청와대가 운영해 왔던 당·정·청 협의시스템을 여·야·정 협의 모델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당장엔 어렵겠지만 타협의 문화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여야가 함께 채널을 마련해 타협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을 축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광두 교수=새누리당의 복지정책은 박근혜 위원장이 주창한 ‘맞춤형 복지’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걸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새누리당은 보육에, 민주당은 의료에 방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을 많이 의식한다. 공약대로 하면 새누리당은 약 75조원, 민주당은 약 165조원을 지출하게 된다. 문제는 누가 세금을 더 부담하느냐다. 복지포퓰리즘에 빠진 아르헨티나·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의 길을 따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김호기 교수=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는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MB 정부는 산업화·민주화 시대를 넘어선 선진 일류국가를 외쳤지만 좌절한 것 같다. 국민이 느끼는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하다. 우리 앞에 놓인 3대 과제가 있다. 첫째 성장동력의 고갈이다. 인구 5000만 명이 먹고살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둘째, 분배와 재분배의 문제다. 시장에서 일자리를 통해 1차 분배가 이뤄지는데 복지라는 건 일종의 2차 분배다. 복지국가가 뿌리 내리려면 일자리정책, 특히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이념·노선을 뛰어넘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남북관계다. 포용정책과 강압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변증법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한반도는 G2(미국+중국) 시대를 맞이해 전략적인 사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세 가지를 묶어낼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광두 교수=성장 동력을 살리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정주영 회장 같은 기업가의 투자·의지와 복지 확대다. 하지만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하는데 그러면 투자재원이 줄어든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전략은 일자리 중심으로 짜여야 한다. 그러려면 산업구조를 바꿔야 하고 각종 규제 완화·철폐를 추진해야 한다. 이게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또 적정 수준의 복지·성장과 재정균형 사이의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김호기 교수=양극화 문제를 찬찬히 뜯어보면 우리 사회가 지속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평균임금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수준을 밑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위기다. 이걸 극복하려면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걸 강조하다 보면 경제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경제와 지속가능한 사회의 균형을 유지할 정책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박찬욱 교수=남북한 관계와 G2시대를 감안할 때 한·중, 한·미 관계도 중요하다. MB 정부에서 한·중 관계는 저점에 이르렀다.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기 위해 연미화중(聯美和中)으로 가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에서 균형적 사고를 가진 의견이 많아져야 한다. 침묵하는 전문가들도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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