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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 유세 끝, 후두염 시작?

중앙선데이 2012.04.15 01:31 266호 18면 지면보기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성대를 혹사했다. 목이 쉰 채 연설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성대 건강이란 측면에서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쉰 목소리는 급성 후두염, 위산의 역류에 의한 후두염, 성대 결절, 성대 용종 등의 양성 질환부터 후두암 같은 악성 질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유세 강행군처럼 대부분의 원인은 음성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후두염 같은 양성 질환이다. 강한 톤으로 연설을 계속 하거나 목소리를 쥐어 짜내듯 장시간 소리를 지르면 성대 점막이 부어 오르고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있고 급성 후두염이 발생한다. 이러한 급성 후두염은 항생제 같은 약물 처방 없이도 목소리를 아끼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실내 습도 조절 등의 조치를 취하면 1, 2주 이내에 저절로 좋아진다. 그런데 목소리를 쉬지 않고 계속 혹사하면 만성 후두염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그중 일부는 목소리가 회복 불가능 상태로 될 수도 있다.

목소리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후두염 말고도 성대 결절이나 용종이 생길 수 있다. 성대 결절은 큰소리를 내거나 무리하게 발성할 때 성대 점막에 출혈이 일어나고 이것이 섬유조직으로 대치되면서 결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성대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과 같다. 성대 결절은 소리를 많이 지르는 취학 전 아동, 목사, 교사, 가수에게서 흔하며 특히 여성에게서 더 많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들이 너도나도 성대 결절이 생겨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성대 결절의 치료는 우선 목소리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고 발성 방법을 개선하는 음성 치료를 3~6개월 받게 된다. 소아의 경우는 이러한 치료로 대부분 결절이 사라지지만 성인은 소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6개월 이상 음성 관리로도 좋아지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성대 용종은 응원 등의 이유로 갑자기 목소리를 크게 지를 때 성대 점막의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부어올라 발생하는데 남자에게서 더 많다. 성대 용종의 경우 일부에서는 휴식과 음성 치료로 좋아지기도 하나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하다.

이 밖에 목소리가 쉰 경우는 목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큰소리를 내는 것도 나쁘지만 속삭이는 것도 성대를 많이 사용하기에 피해야 한다. 목소리가 쉰 경우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성대에 염증이 생기면 성대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점액이 말라버리게 되어 발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성대의 손상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목소리가 쉰 경우는 하루 8컵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습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가습기 등을 사용하여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좋다. 성대에 자극을 주는 흡연, 음주를 피하는 것은 기본이다. 목에 통증이 동반된 경우 진통제를 먹으면 환자가 말을 하게 돼 치료가 지연될 수 있으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안데르센 동화 속에서 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왕자님의 곁으로 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주고 다리를 얻었다고 하는데, 지금 정치인들은 목소리를 담보로 국회의원의 배지를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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