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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드라이버에 상의 실종 뮤비, 4차원 촌놈?

중앙선데이 2012.04.15 01:16 266호 19면 지면보기
버바 왓슨이 지난달 12일(한국시간) 캐딜락 챔피언십 마지막날 드라이브 샷을 날린 뒤 공의 방향을 좇고 있다. [플로리다 AP=연합뉴스]
지난주 76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버바 왓슨(34·미국)의 본명은 게리 왓슨 주니어다. 버바는 애칭인데 그 이름으로 선수 등록을 했다. 그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식축구 선수로 뛰다 코미디언으로 전향한 버바 스미스를 닮았다며 버바라고 불렀다. 버바(bubba)는 남부 출신 촌뜨기라는 뜻이다. 애칭처럼 왓슨은 전형적인 레드넥(redneck:교육을 덜 받고 가난한 백인 농민) 마을인 플로리다주 바그다드 출신이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마스터스 그린재킷 주인공, 버바 왓슨

왓슨은 그냥 촌티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약간 부족한 다면적인 캐릭터다. 그의 부인 에인지는 “내년 마스터스에서 챔피언스 디너는 햄버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평소엔 소탈하지만 손목시계는 5억원이 넘는 걸 차고 다닌다. 그의 핑크색 드라이버는 너무 튄다는 얘기를 듣는다. 동료 프로 선수들과 만든 그룹 골프 보이스(golf boys)의 뮤직비디오에서 왓슨은 가슴 털을 훤히 드러내는 멜빵 달린 청바지 작업복 하나만 걸치고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아래 사진)

왓슨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에 나갔다가 파리 개선문의 이름을 몰라 “그 아치”라고 했고 루브르 박물관을 두고는 “이름이 L자로 시작하는 박물관”이라고 했다. 미국 이외의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뭘 잘 모르고 힘만 좋다는 뜻으로 골프계의 포레스트 검프라는 말도 듣고 풍운아 존 댈리와 비교되기도 한다.

명백한 것은 그가 댈리와 달리 매우 가정적인 선수라는 점이다. 그는 45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트위터에 자신을 ‘크리스천이며, 남편이고, 아버지이며 프로골퍼’라고 소개했다. 그가 마스터스에서 연장전을 벌일 때 동료 선수인 애런 배들리와 벤 크레인, 리키 파울러가 갤러리로 쫓아다녔다. 선수가 동료 선수의 갤러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은 왓슨의 성경 공부 그룹 멤버들이다.

농구선수 출신인 왓슨의 부인은 뇌하수체에 이상이 있어 임신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왓슨은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하고 결혼했고, 마스터스 직전 6주 된 아이를 입양했다. 왓슨은 우승 후 어머니를 안고 아이처럼 울었으며 “빨리 돌아가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서 그는 뉴욕 양키스의 투수가 되고 싶었는데 주말 골퍼인 아버지를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타이거 우즈의 부친 얼 우즈처럼 그린베레(특수부대) 출신이었다. 아들을 골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짜고 세심하게 조련한 얼 우즈와 달리 왓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골프채 잡는 법만 알려주고 그냥 세게 치라고 가르쳤다. 이후 왓슨은 아무에게서도 스윙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스윙은 정통이 아니다.

왓슨은 지난 12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그린재킷을 입고 나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게 필요한 전부였다”면서 “아직까지는 아버지가 알려준 그 스윙이 통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왓슨은 또 “다른 사람들이 내 스윙을 보고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농담을 했다.

어린 시절 그는 야생마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청나게 멀리, 그러나 그만큼 좌우 편차도 큰 샷을 하는 아이로 유명했다. 그는 PGA 투어 선수인 히스 슬로컴, 부 위클리와 같은 학교 골프팀에서 활약했다. 슬로컴은 “어떤 곳에서든 왓슨은 내가 상상도 못한 샷을 치곤 했는데 가끔 성공시켰다”고 했다. 마스터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나온 90도 휘어지는 샷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타이거 우즈는 “예전 공은 스핀이 많이 걸려 이렇게 칠 수 있었지만 요즘 볼로는 상당히 어렵다”고 평했는데 왓슨은 “아주 쉬운 것”이라고 했다. 슬로컴은 “주인공이 왓슨이라면 전혀 놀랄 만한 샷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 6승을 한 닉 팔도는 “왓슨은 교과서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창의적인 샷을 하고 교과서를 새로 쓰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함께 골프를 한 에릭 콤프턴은 “왓슨은 세상을 커브로 본다”면서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숲 속에서 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공을 똑바로 쳐야 하는 페어웨이에서였다면 어려웠을 거라는 말이다. 왓슨도 이를 인정한다. 그는 “난 똑바른 샷을 칠 수 있지만 커브 볼을 더 잘 친다”고 했다.

그의 장타는 커다란 매력이다. 그는 마스터스 4라운드 13번 홀(파5)에서 9번 아이언으로 2온했다. 역시 파5인 15번 홀에서는 7번 아이언으로 2온을 했는데 꽤 버거웠다고 한다. 거의 매 홀 드라이버와 웨지로 경기하는 그에게 7번 아이언은 매우 긴 클럽이다.

왓슨은 조지아대 시절 400야드 파 4에서 1온도 하고, 한 홀에서 18타를 치기도 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영화 ‘틴 컵’에서 마지막 홀에서 무리하게 2온을 노리며 연거푸 물에 공을 빠뜨리는 클럽 프로가 연상되는 선수였다. 아직도 공격적이다. “나는 그린 중앙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항상 핀을 보고 친다. 놀랄 만한 샷을 치고 싶다. 그러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왓슨은 말한다. 물론 그래서 잘못된 경우도 있었다. 2010년 PGA 챔피언십 연장에서 왓슨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경기하다 물에 공을 빠뜨려 우승을 놓쳤다. 지난달 열린 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날 3타 차 선두로 나섰다 저스틴 로즈에게 역전패했다.

그러나 왓슨은 “세상에는 골프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골프는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재미있는 골프를 “버바 골프”라고 표현했다. 왓슨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내와 친구들, 캐디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주고 안정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틴 컵’이 이제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앞으로 5년 동안 그는 재미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왓슨은 최근 39경기에서 4승을 했다. 올해는 5위 이내에 4번 들었다. 세계 랭킹 4위로 미국 선수 중 가장 높다. 물론 타이거 우즈보다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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