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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30대, 중계인력 100명으로 야구 5배 … 피말리는 전투

중앙선데이 2012.04.15 01:15 266호 19면 지면보기
골프팬들은 많은 스포츠팬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계방송을 시청하다 말고 화면 구성과 음질에 대한 평가는 물론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코멘트에 대한 비판과 찬사의 의견을 쏟아내기 일쑤다. 심지어 플레이하는 선수와 경기위원에 대한 자신의 견해까지 전화를 비롯해 인터넷, e-메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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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열성 골프팬들도 현장에서 중계방송이 이뤄지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된다면 조금은 다소곳해질 것 같다. 골프 대회 현장 생중계의 핵심 시설인 중계차(프로덕션 트럭)는 직장인들로 가득 차 왁자지껄한 도심의 점심 식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 제작 과정은 한마디로 ‘잘 관리된 혼돈(managed chaos)’이란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미국 NBC방송 PD 토미 로이는 “모든 스포츠 종목의 중계방송을 다 해봤지만 올림픽을 제외하면 골프 중계가 가장 힘들다”고 얘기한 바 있다. 골프전문 채널 J골프의 조범희 중계방송 책임PD는 “온몸의 육감을 모두 쏟아 붓고 나면 진이 빠져 잠시 넋을 잃고 멍한 채로 서 있곤 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TV 골프중계 방송은 지난 12일 제주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이 대회는 총 108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상상해보라. 많게는 30대에 이르는 카메라가 18홀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의 중요한 샷을 놓치지 않고 직접 따라다니거나 중계 타워에서 잡아내야 한다. 축구나 야구 등은 정해진 공간 안에서 선수들이 움직이고 카메라 또한 공이나 특정 선수에게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제작 피로감은 골프보다 낮다. 특정한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골프는 각각의 샷을 특정한 홀에 설치된 한 카메라의 앵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골프에서 리플레이 화면은 더욱 까다롭다. 리플레이 담당 기술진은 여러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많은 화면들을 저글링(juggling)하며 여차하면 화면에 틀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가끔은 특정 샷이 마무리되기 전부터 리플레이에 대한 PD의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 경우 리플레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방송 사고가 발생한다. 제작진에게 방송 사고란 ‘재앙’이나 다름없다. 물론 재앙이라는 표현이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작진 전체가 느끼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때로 거친 욕설까지 오가는 상황을 지켜본다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중계차(사진) 안에서 책임 PD가 보여주는 제스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다를 바 없다. 수많은 화면들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어당긴 그에게 잠시라도 등을 기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실시간으로 골프 샷, 녹화된 샷, 그래픽, 리더보드, 날씨 레이더, 때로는 볼이 날아가는 것을 그래픽 라인 등으로 보여주는 프로트레이서(protracer)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70~80개의 이미지를 스캔하듯이 살펴야 한다. 그의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놓인 아나운서와 해설자에 대한 콜 버튼은 불이 날 듯하다.

스튜디오에 앉아 화면을 보며 멘트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경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콜의 내용을 들으며 끊임없이 상황 파악을 해야 하고, 두 손은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열심히 두드리거나 메모를 해야 한다.

중계 방송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 또한 무척 길다. 보통 세 시간 생중계를 하는 경우에 방송이 시작되기 7~8시간 전부터 플레이의 주요 장면을 담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보면 골프 중계에 투입되는 총 인원 또한 엄청나다. 기록 보조원 등을 포함한 전체 인력은 100명을 훌쩍 넘는다. 6~8대의 카메라에 PD와 기술진, 기록요원 등 20여 명이 투입되는 프로야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청자가 화면에서 보는 정적이고 잔잔한 TV 골프 중계 화면. 그 뒤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제작진에겐 태풍 속 파도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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