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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방식 따라 ‘고무줄’ 수익률 수수료비율 미국의 두 배

중앙선데이 2012.04.15 01:09 266호 20면 지면보기
경기도 과천에 사는 회사원 김모(42)씨는 얼마 전 변액연금보험을 해약했다. 상당수 상품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소비자단체의 발표를 보고 결심했다. 2010년 10월 가입해 매달 13만7000원씩 18개월을 냈으니 총 246만6000원을 부은 셈이다. 보험 해지 후 돌려받은 돈은 141만9000원. 그는 “수익률이 그렇게 낮을 줄 몰랐다. 원금만 100만원 넘게 손해봤지만 지금 빠져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

가입자가 250만 명에 달하는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금융소비자연맹(이하 연맹)의 5일 발표가 금융가를 강타했다. 업계를 대변하는 생명보험협회(이하 협회)가 ‘잘못된 계산’이라고 반박하면서 계약자들은 혼란스럽다. 진짜 수익률은 얼마인지, 해약할 정도로 수익률이 낮은 것인지 궁금하다. 수익률 공방이 이어지자 일선 보험회사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결론적으로 변액연금보험의 선택은 많은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달렸다. 어느 쪽 수익률 수치가 좀 더 정확하냐 하는 점을 차치하고 상품의 보험적 측면을 중시하면 수익률이 좀 낮아도 감수하는 것이 낫고 투자수익 측면을 중시하면 해지하고 다른 상품을 택하는 것이 낫다. 변액연금보험은 납입 보험료 대부분을 다른 펀드상품에 투자해 실적에 따라 적립금이 달라진다. 그래서 고정적인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과 달리 ‘변액’ 연금이다.

신기철 숭실대 교수(보험수리학)는 “연맹과 협회 양쪽 논리에 다 일리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맹의 계산 방식에 끌릴 것”이라고 전제하고 “보험을 해지할지 말지 판단하려면 이 상품을 보험상품으로 볼 것이냐 펀드투자 상품으로 볼 것이냐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을 중시한다면 그냥 놔두고, 수익률을 중시한다면 해지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 역시 “일정 기간 내의 수익률을 중시한다면 일반 펀드에 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수익성과 보장성이 다 높은 상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말도 나온다. 해지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수익률을 좀 더 높여보려면 변액보험이 투자한 펀드를 바꿀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 보험의 사업비가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업비는 계약자가 내는 보험료 가운데 설계사 판매수당이나 점포 유지비 등 경비다. 보험료의 10~11% 선이다. 가령 계약자가 월 20만원을 내면 사업비와 1%가량의 위험(사망)보험료를 제외한 17만5000~17만8000원 정도가 펀드에 실제 투자된다. 사업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펀드에 실제로 투자되는 돈은 적다. 정홍주 성균관대 교수(경영학)는 “변액연금보험을 증권사 창구에서 파는 미국의 경우 판매경비가 적어 사업비와 비교되는 수수료가 5% 안팎으로 우리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계사가 보험을 팔 때 사업비가 꽤 된다는 점을 잘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맹과 협회의 수익률 공방은 수익률 계산 방식에서 비롯됐다. 연맹의 경우 가입자가 낸 돈 총액을 기준으로 투자 기간만큼의 수익률을 연 단위로 환산한 것이다. 가령 2009년 3월 A라는 상품이 나왔고 2012년 3월 현재 계약자들이 낸 총 보험료가 100억원이며 3년간 10억원의 수익을 올려 총액이 110억원이 됐다고 하면, 3년간 누적수익률은 10%, 한 해 수익률은 3.33%다. 이런 식으로 변액연금보험 상품별 수익률을 비교했다. 또 보험사의 사업비를 감안하지 않고 수익률을 냈다. 조남희 연맹 사무총장은 “계약자는 사업비에 관심 없다”며 “낸 돈 전체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회 조성준 팀장은 “사업비를 빼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게 옳다. 설령 사업비를 포함하더라도 매달 넣는 보험료를 한 번에 넣은 것처럼 계산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가령 10년 동안 매달 20만원씩 내는 보험이라면 첫 달 납입한 20만원은 10년간 운용되지만 마지막에 내는 20만원은 한 달만 운용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기간·금액·가입 펀드 등 고려할 요소가 많은데 계산 방식을 너무 단순화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협회가 낸 수익률(사업비 포함)은 연맹 계산보다 대부분 2.5%포인트가량 높다. <표 참조>

이번 수익률 논란은 그동안 불분명했던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과 사업비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성균관대 정홍주 교수(경영학)는 “차제에 보험 계약자가 알기 쉽게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공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변액연금의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액연금보험 납입 보험료 대부분을 펀드상품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달라진 적립금을 연금으로 받는 보험상품이다. 총 납입 보험료가 한 해 1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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