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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프티 피프티’의 추억, ‘무조건 매수’ 주식은 어디에 …

중앙선데이 2012.04.15 01:07 266호 22면 지면보기
투자에는 세 가지 의사결정 방법이 있다. 매수(Buy)·보유(Hold)·매도(Sell)가 그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오직 한 가지 투자의사 결정만 하면 되는 주식들(One Decision Stocks)’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무조건 매수(Buy only)’ 종목이다. 이런 종목의 숫자가 점점 늘어 50종목쯤 되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ity, 인기종목 50선)’라는 말이 탄생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50개 종목’이라는 고유명사가 돼 오늘날에도 종종 회자된다. 당시 50개 종목 중 일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미국을 대표한다. HP·GE·IBM·맥도날드·3M·존슨&존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요즘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무조건 매수’ 종목이 나왔다. 바로 삼성전자다. 사실 필자가 중앙SUNDAY에 처음 기고한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코스피가 2140선이었다. 그때보다 주가는 7% 정도 낮은 상황이다. 연초부터 회복되는 듯했던 증시도 두 달 이상 2000선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더구나 지수 자체의 변동성은 크지 않은데, 종목별로는 양극화가 심하다. 투자자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입장에서 주식시장을 편히 지켜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만 8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가 행진 속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식시장의 실제 코스피는 1900선도 안 된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돌이켜보면 연초부터 삼성전자 “무조건 매수”를 외치는 애널리스트가 꽤 있었다.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종목은 어떤 상황에서도 오른다는 걸 보여준 ‘니프티 피프티’의 기억을 그들은 떠올렸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무조건 매수’ 종목으로 떠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 회사는 반도체 경쟁력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서 몸집을 키웠다. 그때까지 한국 경제에 대해 ‘창조적이지 못하고 일본을 모방하고 따라잡는 데 급급한 경제’라고 깎아내리는 해외 시각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메모리 사업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경제적 극일(克日)을 이뤄낸 산업으로 기록됐다. 당시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매수 열풍이 근 3년간 이어졌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 붕괴, 2008년 이후 금융위기라는 큰 굴곡을 겪을 때 주가가 출렁이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90년대 중반 당시 시장 참여자들의 열기와 에너지가 켜켜이 쌓여 현재 삼성전자를 ‘주가 130만원, 우선주 포함 시가총액 20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삼성전자 말고 ‘무조건 매수’ 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까. 우선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고 이를 제때 사업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다져가는 기업이어야 한다. 또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이 합심해 얼마나 미래지향적 경영을 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은 녹록잖다. 신흥시장 단계를 넘어 선진국에 진입해야 하고 투자 문화도 성숙해야 한다. 기술적 노하우가 사내에서 체화될 정도의 전통과 체계를 갖춘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더불어 기업의 영업능력과 자금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에도 이제는 노하우와 부를 갖춘 기업이 많아졌다. 요즘 국내 투자자들의 큰 관심사는 한국 주식시장이 다음 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편입될지 여부다. 편입되면 우리 경제가 역동적 단계를 넘어 안정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제가 안정화될수록 투자자들이 장기투자 대상, 즉 우량주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무조건 매수’ 종목이 한국 증시에서 몇 개나 더 나올지 점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한국 경제와 증시가 성장하고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투자자 사랑을 받는 기업들은 미래 투자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아이템을 개발하고 내재화하면서 시장과 소통하는 선순환을 이뤄낼 것이다. 필자는 자산운용업자다. 우량 기업을 고객의 자산 속으로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 운용업 종사자의 본분이다. 이를 위해 좋은 기업을 관찰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봄소식이 없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은 벚꽃처럼 순식간에 다가왔다. 에어컨 틀고 땀을 식혀야 하는 여름도 곧 올 것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일수록 좋은 기업을 찾는 데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장은 회복되고, 내가 보유한 기업의 주가는 훨씬 더 높게 올라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서울 여의도의 소리 없는 전장에서 투지를 불태우려 한다. 그동안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서재형(48)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하면서 디스커버리 등 펀드를 맡았다. 2010년 김영익 전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자문사를 공동설립해 한 달 만에 1조원 넘는 돈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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