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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개론과 습작

중앙선데이 2012.04.14 00:39 266호 4면 지면보기
“당신이 ‘기억의 습작’을 다시 듣는다는 것은 ‘건축학 개론’을 보았다는 것?”
“재수할 때 이 노래 들으며 공부했어요. 영화 보면서 얼마나 와닿던지.”

회사 동료는 페이스북에서, 후배는 수다 중에 영화 ‘건축학 개론’과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감동처럼 얘기했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기억의 습작’ 세대가 아니었습니다만, 영화를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 영리하게 사람 가슴속을 파고듭니다. ‘어느 날 문득 나타난 첫사랑’이라는 설정은 시작부터 남성 관객을 꼼짝못하게 하더군요(게다가 첫사랑의 옛 모습은 청순한 수지, 지금 모습은 절대동안 한가인이라니!). 그녀가 내 앞에서 “매운탕은 왜 이름이 없을까. 이걸 넣든, 저걸 넣든 그냥 매운탕이잖아. 내 인생은 그냥 맵기만 한 매운탕 같아”라고 울먹이고 급기야 걸쭉한 욕설까지 토해낸다면.

대학생 주인공들이 CD플레이어를 함께 듣는 장면에서 저는 ‘기억의 습작’을 제대로 안 들었던 저의 90년대를 조금 후회했습니다. 딱 그만큼 감정이입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대목은 제 마음속에서 좀 바꿔보려고요.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아니면 김수철의 ‘정녕 그대를’ 정도? 그것도 카세트 테이프에 워크맨으로요. 인생의 ‘개론’을 빨리 알고 싶었던, 그렇게 뜨거웠던 사랑도 결국 현재를 위한 ‘습작’이었던 ‘우리 기쁜 젊은 날’을 그렇게 다시 꼭 껴안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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