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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 봄

중앙선데이 2012.04.14 00:17 266호 39면 지면보기
꽃이 피고 지는 동안에 땅은 숨구멍을 열었고, 그 숨구멍으로 따뜻한 바람이 드나드니
어느새 버드나무에 여린 잎이 돋았습니다. 하늘과 땅의 약속이 릴레이처럼 펼쳐지더니
지리산의 봄은 섬진강가 버드나무에 새순이 돋으며 마무리되는 듯합니다.
그동안 들뜬 마음에 봄을 맞이하러 다녔던 것이 봄을 떠나보내는 거였습니다.
봄의 끝자락이 아름다운 강둑길에서 산비둘기와 참새소리 뒤섞인 바람을 맞았습니다.
꽃놀이 상춘객들 다 떠난 고요한 길이었습니다. 예쁜 길 홀로 걸으니 주변에 대한 관찰이 깊어집니다.
버드나무 길을 지나 차밭을 가로지르는 차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벌써!’ 차나무에 어린 새순이 났습니다. 아직 찻잎이 돋을 때가 아닌데 성질 급한 놈이 새순을 올렸습니다.
꽃놀이는 끝, 차 농사 시작입니다. 이제는 녹차 작업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할 때입니다.
갑자기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 인생의 즐거운 봄날’은 섬진강에 실려 완전히 떠나갔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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