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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추진체서 연료가 샜거나 궤도 벗어나자 자동 폭파 가능성 … 당시 습도 96% … 오작동했을 수도

중앙일보 2012.04.14 00:09 종합 3면 지면보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 2009년 함경북도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3864㎞ 떨어진 태평양까지 날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시 2단계 로켓분리까지 성공했다. 1, 2단계 추진체도 예고했던 지점에 떨어졌다. 이때 북한은 노동미사일 4개를 한 묶음으로 한 1단계 발사체를 사용했다. 정보 당국자는 “4개의 발사체가 각각 균일한 추진력을 내도록 하는 것은 고난도 기술”이라며 “로켓이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하는 일부 기술만 확보하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보유는 시간문제”라고 평가했었다.


로켓 폭발 원인은

 13일 북한이 발사하다 실패한 ‘은하 3호’ 로켓은 2009년 발사체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실패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잔해물을 수거해 정확한 원인 분석을 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일단 북한이 무리하게 발사를 추진한 게 이유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준비추진단장은 “비행 중인 로켓에는 상상할 수 없는 진동이 일어나 연료 공급관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결함으로 1단계 추진체에서 연료가 누출돼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상에서 충분한 실험 없이 쏘아 올렸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예고 후 44일 만에 발사한 반면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28일에 불과했다. 기술적으로 준비된 후 발사한 게 아니라 13일 최고인민회의,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등의 정치일정에 쫓겼다는 뜻이다.



 새로 건설한 동창리 발사장의 조립시설 미비에 따른 구조 결함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책연구기관 로켓 전문가는 “로켓은 높은 압력과 속도를 견뎌야 하는데, 이음새 부분에 균열이 생기면 폭발로 이어진다”며 “이를 막기 위해 레이저로 철저한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새로 건설한 동창리 시설에는 그런 장비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 조건도 원인으로 꼽힌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1998, 2006, 2009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 98년과 2009년은 각각 낮 12시7분과 오전 11시30분에 발사했다. 안개가 걷히고 습도가 낮아지는 시점이다.



 그러나 13일 오전 7시39분의 습도는 96%에 달했다. 비가 오기 직전의 날씨다. 습도가 90% 이상이면 전자장비와 전기장치에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어 로켓 발사는 금기시되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이번 북한 로켓 발사는 기술적 준비도 되지 않았고, 날씨도 최악이어서 ‘예견된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행중단시스템(FTS) 작동으로 공중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날 “1단 로켓 엔진이 예정된 2분이 아닌 약 1분 동안만 가동된 뒤 폭발이 일어났다”며 “조종 시스템 이상에 따른 자동폭파장치가 작동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진 고장으로 인한 궤도 이탈로 자동 폭파장치가 작동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된 로켓 궤도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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