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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실패했어도 명백한 도발” …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

중앙일보 2012.04.14 00:05 종합 5면 지면보기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난 13일 오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통상부 접견실에서 대북 문제를 논의하기 앞서 성김 주한 미 대사(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주한 미 공군 관계자(뒷줄 왼쪽부터)가 배석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소위 ‘실용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발빠른 국제 공조
북 규탄 의장성명 가능성
상임이사국 중국이 변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 오전 9시40분 춘추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엔 또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도발행위이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포함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종합적 대책을 강구 중이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담겼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2시간 만이다. 김 장관이 마이크를 잡은 건 국제 공조가 필요한 사안이란 판단에서라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대응은 세종대왕함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한 이날 오전 7시39분49초 직후 가동됐다. 안광찬 국가위기관리실장이 상황 보고를 받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하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선전화로 직보했다. 이 대통령은 즉각 회의를 중단했고 “오전 9시 긴급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참모들은 “이 대통령이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거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전 9시에 열린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는 50분 만에 끝났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확인됐으니 향후 북한의 동향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주시해 나가자며 회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후 부처별 대응이 본격화됐다. 김성환 장관은 주변국 외교장관들과 대화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10여 분간 통화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어도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안보리에 회부해 논의한다는 당초 방침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는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안보리의 4월 순번제 의장국인 미국이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는 의장국이나 이사국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소집된다. 이날 회의에선 향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본회의 일정을 조율했다.



 안보리는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18일 만인 6월 12일 북한에 대한 포괄적 금융·무역 제재와 탄도미사일 및 핵실험 금지를 담은 결의 1874호를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이번에 안보리 제재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숙 유엔대표부 대사는 “이번 사안을 위기로 보고 공황 상태에 빠져 흥분하는 건 북한 당국이 원하는 바”라며 “우리 우방도 단호하게 대응하되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내심 안보리 조치 중 둘째로 수위가 높은 의장성명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사실을 못 박아 놓자는 얘기다. 다만 의장성명은 구속력이 없다. 새로운 대북 제재를 담은 결의는 중국이 변수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제재는 불가능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고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설 수도 있는 만큼 안보리 내에서도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고정애·류정화 기자,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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