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명숙, 끝까지 김용민 버리지 못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2.04.14 00:01 종합 8면 지면보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13일 영등포 당사에서 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4·11 총선 직전인 지난 6일 민주통합당의 한 최고위원은 한명숙 대표에게 급히 문자를 남겼다. ‘막말 파문’으로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던 ‘나꼼수’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 때문이었다. “충청·강원도가 다 넘어가게 생겼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은 터였다.


한명숙 “전국 미권스 회원 20만 명인데 … ”

 “대표가 직접 김 후보 거취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하지만 회신이 없었다. 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한 대표가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정 그러면 저라도 김 후보 사퇴 촉구 성명서를 내겠습니다.”



 그러자 한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지 마시라”고 만류했다. 한 대표는 “‘미권스’(정봉주 전 의원 팬카페) 회원이 전국에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 무려 20만 명이다. 나꼼수 방송을 듣는 사람들도 수백만 명이다. 김 후보를 사퇴시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말렸다고 한다. 한 대표가 김 후보를 내치지 못한 건 나꼼수 팬들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당 안팎의 ‘설(說)’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구속 중인 정봉주 전 의원도 ‘정면돌파’를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당 안팎의 요구는 잦아들 줄 몰랐다. 이해찬 고문 등이 이를 공론화하면서 한 대표도 더 이상 외면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으나 그는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거듭 사과 드린다”는 ‘얼버무리기식’ 사퇴 권고 성명 발표였다.



 이런 ‘꼼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사퇴 권고를 거부한 김 후보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을 심판하겠다”며 한층 기세를 올리면서 민심은 더욱 요동쳤다. 수도권에 출마했다 낙선한 민주당의 한 후보는 13일 “김 후보 막말로 교회, 중·장년층이 싹 돌아서면서 추격세가 완전히 꺾였다”며 “접전 끝에 패한 다른 후보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공당 대표가 정치인 팬클럽 반발을 의식해 중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건 그야말로 비극”이라며 “한 대표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이 당에는 총선 패배를 안겼고, 자신의 대표직 사퇴까지 불러왔다”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