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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넘는 캠핑 장비 샀다가…낭패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달 31일 경기 여주 이포보캠핑장의 풍경. 캠핑의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해가 지고 텐트 안 랜턴이 하나둘씩 켜질 때다. 가족끼리 화톳불 주위에 모여 앉아 텐트 위로 반짝이는 별빛을 헤아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오토캠핑장,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밀레 가족휴먼캠핑’에 100여 가족이 모였다. 오색찬란한 텐트 색깔만큼이나 스타일이 다양하다. 의식주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카라반(캠핑 트레일러)을 끌고 온 캠퍼, 대형 터널형 텐트 안에 한 살림 가득 차린 가족, 그리고 소담한 텐트 앞에 간이 의자 하나만 놓은 솔로 캠퍼가 한데 모였다. 그러므로 한때 ‘오토캠핑장에 가면 으리으리한 텐트만 가득하다’는 입소문은 이제는 틀린 말이다.

캠핑족 100만 시대 … 우리 가족도 캠핑 떠나볼까
텐트 치고 바비큐 굽고 설거지하고 … 캠핑장 우리 아빠 인기 짱



 수백 명의 캠퍼가 한자리에 모이는 캠핑대회는 그 자체로 이벤트다. “처음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 남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다가, 그 다음에는 가족끼리 즐기게 되죠. 그러다 보면 지루하기도 해요. 그럴 때 이런 캠핑대회가 좋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꼭 있거든요.” 7년차 캠퍼 방민호(38)씨의 말이다.



바비큐는 이제 캠핑의 정석이 됐다. 대형 텐트 안에 그릴을 놓고 삼겹살을 굽는 캠퍼들.


 낮 시간에는 가족운동회·요리경연대회 등이 열렸다. 특히 가족끼리 솜씨를 뽐내는 아웃도어 요리경연은 캠핑대회의 단골 메뉴다. 박우식(44)씨 가족이 돼지목살조림숯불구이로 1등을 했다. “즉흥적으로 생각한 메뉴예요. 고기를 익힌 후 꼬치에 꿰고 숯불에 한 번 더 익혔어요.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아서요. 봄나물로 준비한 다래와 돌나물을 살짝 데쳐 올렸는데, 그게 심사위원들한테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예상 외로 박씨는 집에선 주방을 멀리하는 보통 남자란다. 하지만 밖에서는 다르다. “애들이 보고 있잖아요. 설거지도 잘합니다.”



 이후 저녁 식사가 이어졌다. 대부분 텐트 앞에 화로를 놓고 장작으로 불을 피웠다. 숯불 바비큐는 한국형 캠핑의 정석이 되다시피 했다. 고기를 굽고 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포일로 감싼 고구마가 등장한다. 방은지(10)양은 “동생과 함께 고구마를 구워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라며 화로 앞을 떠나지 않았다.



‘야호 캠핑이다.’ 평소 얌전한 아이들도 야영장에서는 쾌활해진다.
 수십 동의 텐트에 랜턴 불빛이 켜질 무렵 엄홍길(52·밀레) 대장의 강연이 시작됐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동안 만나고 스러져간 동료, 그리고 그들과 나눈 사람의 체취…. 이날 캠핑 대회의 하이라이트 격이었다. 히말라야 야영과 요즘의 오토캠핑은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지만, 어쨌든 그는 캠핑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24년 동안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한 해 서너 달은 텐트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엄 대장은 텐트 안에서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또한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해맞이를 즐겨 한다. “밤새 새우잠을 자고 나면 아침 해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따사로운 볕은 히말라야가 주는 특혜라고 할 수 있지요.”



 엄 대장은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고도 정상에 선 안나푸르나 3전4기 일화를 전하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먼저 간 동료를 생각하며 엄 대장이 눈시울을 붉힐 때는 몇몇 아이들은 콧물을 훌쩍거리기도 했다. 엄 대장이 들려주는 히말라야의 전설에 아이들의 눈빛이 별빛만큼 빛났다. 밤이 깊을수록 아이들은 캠핑에 빠져든다. 별과 달, 화톳불과 군고구마가 아이들의 친구다.



세계 유일, 사계절 캠핑족



가족휴먼캠핑대회에 참가한 엄홍길 대장.
 업계는 국내 캠핑 인구를 약 1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3년 전에 비해 무려 다섯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원 수가 10만~20만에 달하는 인터넷 동호회만 서너 개가 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아웃도어 브랜드 콜맨의 아시아·태평양지사 리처드 길포일(64) 대표는 한국의 캠핑 열기에 대해 “다이내믹”이라고 말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계절 내내 캠핑을 즐기는 곳은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역사로 치면 미국이나 일본이 훨씬 오래됐지만, 열정에 있어서는 결코 한국을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특히 아빠들의 역할이 컸는데,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가정에서 아빠들의 주가가 치솟았다고 봅니다.”



 한국의 캠핑 열기를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지난 시즌, 겨울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면서 석유난로의 일종인 ‘파세코’ 제품이 동이 났다. 석유난로는 수년 전부터 국내 수요가 없어 전량 수출되던 품목이었지만, 갑자기 늘어난 국내 수요로 역수입됐다는 것이다. 이 난로는 일교차가 심한 중동 지역으로 많이 팔려나갔는데, 항간에서는 ‘(이라크 전쟁 중) 사담 후세인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난로’라는 뜬소문까지 퍼지면서 불과 보름 만에 ‘완판 제품’에 이름을 올렸다. 길포일 대표는 “미국에서는 비나 눈이 오면 텐트를 걷기 시작하는데, 한국에서는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캠퍼가 많아 놀라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갖가지 꼬치로 풍성하게 준비한 저녁 식사 메뉴.
 최근에는 캠핑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대형 텐트만 고집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다. 스노우피크·콜맨 등 고가 브랜드로 장비를 마련하면 500만원 이상 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먹어대는 일명 ‘먹캠’은 한국 캠핑 문화의 주류였다. 하지만 캠핑이 대중화하면서 ‘필요한 만큼 준비하고 적게 먹는’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편 경험 있는 캠퍼들은 북적대는 캠핑장 대신 ‘백패킹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길을 걷다 날이 어두워지면 야영을 하는 것이다. 백패킹은 모든 짐을 배낭에 넣고 가야 하기 때문에 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토캠핑에 비해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반밖에 안 돼요. 아이들도 자기 짐을 자기가 지고 가기 때문에 독립심과 책임감을 키울 수 있고. 또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죠.” 캠핑동호회 ‘스노피’ 운영자 손한석(42)씨의 말이다. 직장인 이정화(37)씨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텐트와 코펠·버너를 배낭에 넣고 산으로 향한다. 물론 야영·취사가 금지된 국립공원이나 유명 산보다는 서울 근교 산을 찾는다. 특히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인천시 신도·시도·장봉도·굴업도 등을 자주 간다. “우리나라 섬은 대개 산이 있잖아요. 선착장에서 내려 대여섯 시간 정도 걷다가 평평한 곳이 나타나면 야영해요. 서해안 섬으로 가면 저녁에 낙조를 보고, 아침에는 해돋이를 보고. 거기서 내려 마시는 드립 커피 한 잔은 그만이죠.” 텐트는 2㎏ 남짓의 가벼운 것이다. 일명 ‘인디언 텐트’라 불리는 야영 막사로 가격도 10만원대로 저렴하다.



초보 캠퍼, 알뜰 쇼핑으로





 가족캠핑은 만만찮은 도전이다. 특히 아빠에게 부담이 가중된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텐트를 치고 장비를 다루는 것은 기본. ‘밖에 나가면 음식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과 들에서 가족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텐트 선택이 중요하다.



 베테랑 캠퍼들은 “주방 용품을 뺀 장비는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텐트는 현장에서 펼쳐 놓고 써봐야 알기 때문에 시작부터 고가의 장비를 사면 나중에 후회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장비가 마련되면 캠핑업체·동호회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에 참가해 보는 게 좋다. 수백 명의 캠퍼들이 모이는 장소는 자연스럽게 장비 전시장이 되며 베테랑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또 경험 많은 캠퍼에게 정보를 얻어 리스트를 짜 두면 알뜰한 쇼핑을 할 수 있다. 네이버·다음 캠핑 카페는 봄·가을 한 차례씩 캠핑대회를 열며, 장비 업체는 주로 봄·여름 성수기에 페스티벌을 연다. 콜맨은 10차례 이상 가족캠핑대회를 열며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우리 아이와 함께하는 캠핑스쿨’을 개최한다. 초보자를 위한 캠핑으로 장비 시연과 함께 ‘별밤음악회’ 등이 마련돼 있다.



 캠핑 장비는 가격에 따라 3개 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스노우피크(일본)·콜맨(미국)·코베아(한국)·오가와(일본) 등 고가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위켄즈·노스·더캠프·베른 등 후발 주자군은 유명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획일적인 디자인을 벗어나 패셔너블한 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캠핑 열기와 함께 한국의 캠핑 장비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텐트의 경우 국산·외국산 브랜드 제품 모두 반포텍·경조 등 한국의 전문 장비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납품된다.



 제3의 시장은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공동 구매다. 이른바 ‘공구’를 통하면 보다 저렴하게 장비를 마련할 수 있다. 사실 후발 브랜드 중 대다수는 인터넷 카페 공구에서 시작했다. 장비 유통업체 호상사의 이석중(41) 차장은 “(공구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이 시장이 오프라인보다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싸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인터넷 카페마다 공동 구매 사업을 시작하면서 간혹 품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또 공동구매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애프터서비스를 못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국내 캠핑장은 400~500개 정도다. 2~3년 전부터 수목원 캠핑장이 인기다. 숲과 야생화가 있는 수목원에서 수익 사업으로 캠핑 사이트를 마련해 오픈한 것이다. 최근에는 캠핑과 스포츠 활동을 겸한 아웃도어 캠핑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충남 단양 소백산 자락 천동오토캠핑장은 간이 골프코스를 만들었다. 또 북한강 주변으로 수상리조트 시설을 갖춘 오토캠핑장이 많다. 



초보자 장비 마련



처음부터 고가 장비 사면 후회 … 인터넷 공동구매도 활용할 만




● 캠핑 초보자라면 시작부터 풀세트로 장비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차근차근 경험을 넓혀가면서 하나씩 늘려갈 것. 특히 가족캠핑이라면 장비 자체가 부피가 큰 데, 장비 수까지 많으면 세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칫 캠핑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지칠 수가 있다는 얘기다.



● 같은 사양의 텐트라도 설치가 쉬운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초보자의 경우 적당한 크기의 돔형 텐트를 추천한다. 기본 타입 돔형 텐트는 40만∼50만원대. 보통 2개의 기둥으로 완성되는 돔형 텐트는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어 모든 캠핑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문이 앞뒤로 나 있어 출입이 편하다. 텐트 내부 면적도 캠핑의 즐거움을 좌우한다. 4인 가족이라면 5~6인용이 적당하다.



● 타프(그늘막)는 가족캠핑에서 주방과 리빙 공간으로 유용하다. 한낮의 볕을 차단해주고, 비나 눈도 막아준다. 알루미늄 기둥 2개를 양쪽에 세운 뒤 천을 씌워 그늘막을 만드는 것인데, 초보자들도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 버너는 캠핑의 필수 아이템이다. 연료에 따라 가스와 가솔린으로 나뉘는데, 입문자는 다루기 쉬운 가스버너가 좋다. 가스버너는 점화·소화가 편하고 가솔린버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 랜턴은 실내용과 실외용이 있다. 각각 1개 이상 필요하고, 캠핑 초보의 경우 건전지나 가스연료 랜턴이 좋다. 실외용은 광량이 높고 유충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을 권한다. 실내용은 천장에 걸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게 편리하다.



글·사진=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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