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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주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26면 지면보기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토요일 오후에 가족과 함께 삼청동을 찾곤 한다. 카페에서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잠시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은 새로운 한 주일을 위해 찍고 가는 쉼표 역할을 한다. [박종근 기자]


한국의 금요일 저녁은 어찌나 재미있는지! 34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하면 ‘놀랄 노’자다. 술 말고도 재즈클럽, 라이브카페, 공연 등 먹을거리·볼거리가 정말 다양해졌다.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을 맡은 뒤론 금요일 저녁에도 일 때문에 식사 약속이 많다. 그래도 되도록 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약속을 잡으려 한다. 귀가시간은 일러야 밤 11시. 이게 다 서울의 밤 문화가 재미있어서다.

토요일 밤엔 20년 지기들과 만찬 … 일요일 저녁은 패스, 뱃살 때문에



혼자서 자전거 타고 가족과 삼청동 산책



 전날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일찍 일어난다. 평생 습관이다. 토요일 아침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전 7시면 눈이 떠진다. 아침엔 주로 제철 과일주스를 직접 갈아 마신다. 아침엔 음식이 잘 안 들어간다. 심지어 모닝커피도 별로다. 요즘은 딸기주스를 마시는데 사과주스나 모과주스도 좋아한다. 그리고 채비를 갖추고 자전거를 타러 간다. 아내는 활동적인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해서 주로 혼자 간다. 집이 마포 쪽인데, 북쪽으론 광나루 쪽으로 천호대교까지, 남쪽으로 갈 때는 여의도를 넘어 김포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이러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사실 제일 좋아하는 코스는 춘천 의암호 수변길이다. 근처 애니메이션 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본격적으로 호수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의암호 위로 데크가 멋지게 깔린 길을 달리며 바라보는 경치가 한마디로 그림 같다.



 점심은 가능한 한 가족과 함께하려 한다. 특히 요즘은 독일서 대학에 다니는 딸이 방학이어서 들어와 있다. 아내·딸과 함께 셋이서 즐겨 찾는 곳은 경복궁 역 근처인 삼청동. 맛집도 많고 여기저기 걸으면서 볼 것도 많아 좋다. 삼청동수제비는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여전히 맛있다. 딸은 세련된 레스토랑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아내는 들깨칼국수를, 딸은 녹두전을 고른다. 나? 나는 그냥 기본 수제비가 좋다. 그러고 나선 걷다가 갤러리든, 상점이든 어디든 재미있어 보이면 즉흥적으로 들어가 구경한다.



 오후 3~4시가 되면 근처 디저트카페인 코코브루니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있어서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이때쯤 되면 커피도 당긴다. 하루의 첫 잔은 에스프레소를 더블로 마신다. 아주 진하게. 에스프레소는 약간 신맛이 나야 신선한 건데 이 집 커피가 내 입에 맞는다. 디저트로 가토초콜릿케이크와 마롱타르트, 딸기타르트를 주문한다.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전엔 내가 직접 빈의 유명한 초콜릿케이크인 자허케이크(Sacher torte)도 만들곤 했다. 커피가 부족하다 싶으면 이번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단, 너무 많이 마시면 피부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하루에 석 잔 이내로 조절하려고 한다. 카페에서 느긋이 토요일 오후를 즐기는 호사를 마치면 우리 셋은 잠시 헤어져 각자의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나는 찜질방 매니어다. 특히 ‘이태원랜드’ 한증막에 자주 간다. 나무를 태워서 달구는데 오후에 가면 아주 뜨겁지 않아서 딱 좋다. 10분 정도 은근하게 지지고 나면 땀이 나고 피로가 좍 풀리는 느낌이다. 반사열이 들어와 뼛속까지 개운하달까. 이렇게 2~3시간 찜질방에서 보내고 나서 몸무게를 재보면 3㎏ 정도 줄어 있곤 한다.



토요일 저녁은 편안한 지인들과 느긋하게



 아내와는 다시 저녁시간에 만나곤 한다. 주로 부부 동반 모임에 나갈 일이 있을 때다. 음악 공연·시 낭송·클래식 오페라 공부 등을 하는, 시쳇말로 ‘교양 돋는 모임’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문화생활을 좀 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장소는 이태원에 있는 영국스타일 멤버십 클럽이다. 소파와 벽난로가 있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나올 법한 인테리어다. 다른 모임을 갖기도 한다. 주로 1980년대에 사귄 사람들과의 모임도 있다. 사업가·의사·문학가·디자이너 등 멤버들의 직업도 다양한데, 이들과는 지금까지 친하다. 80년대에 처음 모이기 시작했을 때 특히 재미있었다. 나라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여서 그랬나 항상 활기가 넘쳤다. 얘기 주제는 음식부터 정치, 한국의 미래까지 끝도 없다. 난 목적의식 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좋다. ‘형님 형님’ 하면서 만나자는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결국 뒤에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저 사람이 좋아서 만나는 토요일의 이 모임은 밤 11시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참고로 저녁식사 장소는 내가 잡으면 이태원이다. 젤렌(불가리아식), 르생텍스(프랑스식)을 비롯해 셰프가 일본인인 오키친, 꽁치파스타·갈비리조토 등 참신한 메뉴가 많은 비키친도 좋다. 아참, 코파카바나는 고기가 무한 리필이다. 조금 고급식당으로는 경리단길에 있는 ‘시화담’이 만족스럽다. 한식을 아주 세련되게 한국적 컨셉트로 소화할 줄 아는 것 같다.



“월요병 같은 건 없다”



 일요일은 교회 가는 날이다. 아침 9시 반에 신사동 소망교회 예배에 가려면 늦어도 8시, 8시 반에는 출발해야 한다. 본래 천주교 신자였는데 개신교로 개종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친한 사람들 따라, 그 사람들 만나는 게 좋고 편해서 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사실 난 신앙에 있어서 폐쇄적이지 않다. 체질이 그렇다. 스님하고도 아주 잘 통한다.



 일요일 오후도 주로 야외활동을 한다. 분당에 있는 실내 승마장은 날씨와 관계없이 갈 수 있어 편리해서 가끔 찾는다. 승마는 다리에 힘을 많이 줘야 해서 1시간 정도 타고 나면 다리가 휘청휘청한다. 승마가 내키지 않으면 아내와 남산을 걷는다. 마포로 이사 오기 전, 한남동에서 17년을 살았다. 그때는 아내와 거의 매일 남산을 걸었다. 아내는 자기 스케줄이 확실한 사람이다. 꽃꽂이·요가를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며 주말을 보낸다. 요즘엔 외국어 공부에 회계·경영학 공부에 열심이다. 공부하는 게 체질인 것 같다. 일요일 저녁엔 일찍 집에 들어간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TV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요즘 챙겨 보는 건 ‘K팝스타’. 출장 중에도 전화해서 어떻게 됐느냐고 결과를 확인할 정도다. 일요일 저녁식사는 ‘패스’. 다이어트 때문이다. 공사 사장이 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과식을 하게 되고 살도 좀 쪘다. 일주일에 한 끼라도 굶어야 마음이 편하다. 대신 밤 10시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출근시간은 아침 7시 반. 하지만 월요병 같은 건 없다. 스트레스 받을 건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공부·강연·경영·연기 등 많은 걸 해봤지만 늘 일이 재미있었다. 가끔 내 에너지의 근원이 뭘까 생각해 본다. 답은 ‘수수작용(授受作用)’. 상대와 뭔가를 주고받는 거다. 그게 자연이든 음식이든 사람이든, 천기(天氣)·지기(地氣)·생기(生氣)를 소통하면 힘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사람과 소통할 때 받는 에너지가 으뜸이다.



관광 인프라 만들기 … 일이 가장 재미있다



 나는 귀화 출신으론 첫 공기업 수장이다. 일요일 밤,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면 아직도 기쁘고 설렌다. 올해는 국민들에게 관광 아이디어를 모아 공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창조관광 사업’에 힘을 쏟을거다. 일명 ‘관광벤처’다. 한국에 넘치는 건 관광 소재고, 부족한 건 관광 인프라다. 인프라만 있으면 해외 관광객 1000만 명은 문제도 아닐 텐데…. 창의력, 창의력 하는데 진짜 창의력은 사람들이 이곳저곳 다녀보고 보고 느끼고 놀아봐야 생긴다.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서 무슨 아이디어가 나오겠나. 1년에 한 번이라도 ‘2주 연속’ 휴가를 가는 ‘리프레시’(refresh) 휴가제도가 정착시키고싶다. 나부터 실천해서 4월 말에 하우스 보트(물 위의 캠핑 보트)를 체험해 볼 계획이다.



 항상 느껴온 것이지만 한국에서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는 건 ‘사람’이다. 우리만의 ‘기(氣)·흥(興)·정(情)’. 이거야말로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벌써 이걸 할까, 저걸 해볼까 생각이 밀려온다. 아참, 일찍 자야 하는 일요일 밤이지…. 자, 이제 굿나잇. 그리고 힘찬 한 주를 위해 파이팅!



정리= 이소아 기자



‘나의 아름다운 주말’ 속 그곳



● 북한강 자전거길 10㎞ (춘천 의암댐~문학공원~신매대교)

● 삼청동수제비 02-735-2965

● 코코브루니(coco bruni·삼청동점) 02-732-1875

● 이태원랜드 02-749-4122

● 젤렌(Zelen) 02-749-0600

● 르생텍스(Le Saint-Ex) 02-795-2465

● 오키친(OKitchen) 02-797-6420

● 비키친(b_kitchen) 02-3445-4511

● 시화담(이태원점) 02-798-3311

● 분당승마클럽 031-334-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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