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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신·인간의 매개, 샤먼의 본질을 묻다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샤먼의 전설

게 아요르잔 지음

이안나 옮김, 자음과모음

334쪽, 1만3000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 소설로 들어가는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인간 세계의 진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영계(靈界)와 인간계를 매개하는 샤먼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그러므로,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접속을 시도하고, 그 접속을 통해 인간 세계를 해명하려는 샤먼의 이야기가 신비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몽골의 유명 작가 게 아요르잔(42)이다. 이 소설로 몽골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황금깃’상을 2010년 수상했다. 이 소설에서 저자가 품은 물음은 이것이다. 샤먼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야기의 무대는 시베리아 남부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다. 약 3000만 년 전 형성된 곳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그 도저한 역사만으로도 신비로움을 간직한 이곳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바이칼 서부 올혼 섬에는 세계 최초의 무당이 나왔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보르한 바위(일명 무당바위)’가 있다. 그 올혼에서 한민족과 유사한 혈통을 지닌 부랴트 종족이 뻗어 나왔다. 『샤먼의 전설』은 올혼을 무대로 부랴트 샤먼의 전통과 역사적 비밀을 풀어낸다.



 큰 틀은 주인공 텡기스가 하그대 박수(남자 무당)의 조무(助巫)로 출발해 무당으로 성장하는 7년간의 사건이다. 그 사건 사이로 하그대 집안의 굴곡진 일대기가 펼쳐진다. 대대로 샤먼을 이어온 하그대 집안은 무당이라는 이유로 승려에게 희생되거나 러시아의 민족 말살 정책에 시달리는 등 온갖 질곡을 견뎌왔다.



 그러나 그 거친 삶을 통과하면서도 하그대는 샤먼의 본질만은 지키고자 했다. 이를테면 샤먼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신의 부름을 받아 인간의 아픔을 덜어주는 지성적 존재라는 것이다.



 소설이 마침내 이야기하려는 것은 육신의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비의적 진실일 테다. 텡기스가 무당 바위의 문을 찾으려고 애쓸 때, 하그대는 이런 말을 한다. “자네가 다른 눈, 마음의 눈으로 본다면 문은 저절로 보일 걸세.” 몽골로부터 건너온 이 영묘한 이야기가 우리 마음의 눈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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