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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삼국지·수호전, 중국인에겐 지옥의 문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쌍전(雙典)

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

글항아리

380쪽, 1만8000원




책 제목 ‘쌍전’은 동아시아의 스테디셀러 『삼국지』와 『수호전』을 가리킨다. 『삼국지』와 『수호전』은 수많은 무협소설·영화·드라마의 원류가 됐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콘텐트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저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삼국지』와 『수호전』에 대한 이런 저런 해설은 그간 많이 나왔지만 이런 류의 ‘강력한 비판’은 거의 처음으로 보인다. 저자 류짜이푸(劉再復)의 이력이 흥미롭다. 중국 정부를 비판했던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건에 연루돼 고국을 떠났다. 이후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살고 있고, 사상사·문학사 방면에서 활발히 저술 활동을 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손꼽힌다.



 저자는 『삼국지』와 『수호전』이 중국 사회·문화 전반에 미친 ‘부정적 유산’을 끄집어낸다. “가장 크고 광범위하게 해악을 끼친 문학작품이자 중국인에게 지옥의 문”이라 했다. 비판의 초점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다. 『수호전』은 폭력을 숭배하고, 『삼국지』는 권모술수를 미화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두 작품의 문학적 성취까지 저자가 모두 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적 가치와 문학적 재미로 치면 두 작품을 따라갈 만한 소설을 찾기 힘든 게 사실임을 인정한다. 저자가 겨냥한 과녁은 그와 다른 것이다.



 오늘날 중국 사회 도처에서 ‘삼국지 인간’ ‘수호전 인간’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두 소설이 도마에 오른 현실적 배경인 셈이다. 무차별적 살육과 극악무도한 폭력, 뻔뻔한 권모술수와 교활한 기만술, 여성에 대한 편견·멸시가 핵심 문제로 지목된다. 더욱이 폭력과 권모술수를 마치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영웅호걸의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것이다.



 『수호전』과 『삼국지』는 대략 15세기 말~16세기 초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그 후 500여 년간 두 책은 사람들의 심층심리에 침투해 일종의 집단무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을 통치하는 것은 제왕이나 제후·총통이 아니라 두 소설이라는 말까지 했다. 통치자 역시 『수호전』과 『삼국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는 ‘삼국지와 수호전은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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