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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컴퓨터·인터넷, 알고 보니 전쟁의 산물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전쟁, 그리고

남도현 지음, 플래닛미디어

448쪽, 1만9800원




전쟁과 사랑. 인류사의 온갖 드라마를 연출해온 키워드를 꼽자면 결코 빠지지 않을 단어 아닐까. 이 책은 그 중 전쟁에 포인트를 맞췄다. 전쟁으로 빚어진, 혹은 전쟁을 둘러싼 숨은 이야기를, 경제·과학 등 흔히 전쟁과 관련해 거론됐던 분야는 물론 문학·올림픽·스타 등 10개 주변 분야로 나눠 묶었다. 지은이의 역사관이나 문명관 같은 일관된 흐름이나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대신 문명사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야구팬에겐 익숙한 테드 윌리엄스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가 나온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었던 그는 1941년 마지막 4할 타자로 기록됐고, 58년 나이 마흔에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던 전설적 강타자다. 그런데 그가 전장에서도 현역병으로 활약했단다. 그것도 2차대전과 한국전쟁, 두 차례나. 이름값을 이용해 후방에서 노닥거린 것도 아니다. 비행기 조종사로 전투현장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다. 지도층 인사나 스타, 그 자제들의 병역 비리가 터져 나오는 우리 현실과 비교되는 이야기다.



 불, 문자와 더불어 인류의 3대 발명으로 꼽히는 컴퓨터나 인터넷도 전쟁의 산물이다. 46년 선보인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은 원래 포탄의 궤적과 온도, 습도까지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다. 포격의 정확성을 높이려던 미 육군 탄도연구소의 의뢰를 받은 미 펜실베이니아대 공학교수 존 모클리가 졸업생 존 에커트와 함께 3년 만에 완성했다. 무게 30t에 인근 마을의 전기공급에 차질을 줄 정도로 전기를 잡아먹던 이 ‘괴물’은 수학자들이 약 20시간 걸리던 탄도 계산을 30초 만에 해내는 위력을 과시했다.



 디지털 정보사회의 총아로 인류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터넷은 60년대 냉전 시절 소련의 핵공격을 대비한 통신망 보전의 방안으로 구상됐다. 군과 주요 정부기관간의 컴퓨터를 연결해 위기에 대처하는 다중통신망으로 구축된 아파넷(ARPANET)이 70년대 초 일반에 공개되면서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인류의 ‘집단두뇌’로 일컬어지며 경제·사회·문화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나치 독일의 군복은 명품 패션회사 후고보스 AG가 디자인했고, 일본제국이 만주지방에 대규모 유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등 이런저런 읽을거리가 많다. 비즈니스맨이면서 전쟁사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은이의 이색 경력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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