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쟁] 외국인 범죄, 특별 관리 필요한가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40면 지면보기
지난 1일 수원에서 중국동포가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범죄에 대해 단호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의 현안으로 등장한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두 갈래의 의견을 들어봤다.



엄격한 단속이 ‘외국인 혐오’ 줄인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전체 인구에서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 해 발생한 살인사건 중 외국인에 의한 것은 약 9%에 이른다. 살인에 있어 외국인의 범죄성이 내국인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외국인 범죄 건수 역시 해마다 계속 늘어나고, 그 증가율은 내국인에 의한 증가 속도를 앞서나가고 있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범죄를 구분해 특별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이질적인 문화, 행동규범, 가치관에서 오는 외국인 범죄의 특수성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대표적 특징은 칼과 흉기를 쉽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출신 국가에서 갈등 해결을 위해 용인됐던 폭력 문화가 그대로 옮겨진 탓으로 볼 수 있다. 문화와 관습은 함께 이주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에서 이탈리아계는 살인, 중국계는 도박에서 범죄성이 두드러졌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의 국적별 범죄 성향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외국인 자체가 다른 외국인 범죄자에게 표적, 즉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불법 취업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착복하거나 같은 나라 출신 근로자들에게 겁을 주어 금품을 갈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생 폭력조직을 만들어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도박자금을 갚지 못하는 동포를 폭행·감금하고, 심지어 본국의 동포 가족을 협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가 늘면 이번 수원에서 중국동포 우위안춘(오원춘)에 의해 저질러진 성폭행 살인사건처럼 내국인이 피해자가 되는 사례도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 중국동포 전체에 대해 편견을 갖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외국인 범죄의 특징 때문에 내국인 범죄에 대한 일반론과는 다른 특화된 대안이 필요하다. 그동안 외국인 범죄자 대부분이 이주 노동자로서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비롯된 온정적 정서와 인종 혐오증의 폐해를 막연히 우려하는 분위기 탓에 심도 있는 논의 자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수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에는 외사(外事·외국인 사건)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을 보다 많이 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귀화한 경찰관을 포함시켜 문화적 동화를 쉽게 이끌어 주고, 한국 사회와 유대의 끈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사회적 이방인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외국인 범죄 예방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불법 체류 외국인 또는 외국인 범죄인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단속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에 관한 정밀한 치안정보 및 외국인 우범자에 대한 신원 자료 구축이 필수적이다. 각종 외국인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는 소위 ‘범죄 인프라’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즉 지하은행의 운용, 불법 체류자 취업, 위장결혼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아울러 외국인 자생 범죄조직의 단속을 위해 외사 경찰과 출입국관리소는 물론 국가정보원 등 여러 기관이 하나의 팀을 구성해 실질적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외국인이 외국인에 의해 피해자가 되는 범죄뿐 아니라 내국인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도 줄일 수 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 행정학과



상호 이해 넓혀 편견 확산 막아야 할 때다



수원에서 중국동포가 귀갓길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거주자들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낯선 외국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제노포비아’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형태는 인종이나 국적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현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거 유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1992년 미국 아이오와대학에 입학했다. 그곳에서는 바로 전 해에 중국인 대학원생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갱루라는 이름의 물리학과 학생에 의해 5명이 살해된 사건 때문에 같은 동양인이던 필자도 역시 이웃들로부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당시엔 매우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대안이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심리학자들은 몇 가지 지각 오류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타즈펠(Tazfel)이라는 연구자는 서로 안면이 없던 학생들에게 추상화 두 개를 보여주고 그림에 대한 선호에 따라 소속을 정한 후 집단 간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서로 무관한 사람들도 일단 그림에 대한 선호로 집단이 갈리면 동일 집단의 구성원은 긍정적으로 바라본 반면 이질 집단 구성원에게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는 의미 없는 정보만으로 네 편, 내 편을 가르게 되더라도 소속에 따라 다른 집단 구성원에게는 편파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질적인 구성원에게 편파적 태도를 가지게 되는 연유는 행동의 원인에 대한 ‘귀인(歸因) 착오’ 때문이기도 하다. 귀인은 결과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는 과정인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불행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타인에 대해선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다고 한다. 데이비스(Davis)라는 심리학자는 타인의 행위에 대해선 기질 귀인, 즉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식의 판단 오류를 범한다고 했다. 여기에 과잉 일반화라는 오류까지 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으로 인종 차별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수원 사건이 대중의 주의를 끌게 되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중국동포의 특성을 그의 소속 집단에 과잉 일반화할 수 있다. 모든 중국동포가 범인처럼 내적 성격에 문제가 있고, 원래 기질적으로도 잔인할지 모른다는 믿음에 쉽게 설득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지 오류는 중국동포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으로 자리 잡아 극도의 반감이 형성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인지적 편파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집단 구성원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14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이 어떤 문화에서 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믿음을 지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무지는 인지적 편파를 촉진해 제노포비아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09년 다문화 가족법을 제정해 현재 지방을 중심으로 202개 이상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앞으로 제노포비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국인에게도 서로의 이해도를 넓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소외감으로 인해 내국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외국인들의 범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 범죄심리학과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