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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패한 북한 미사일 도발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42면 지면보기
한 달여 국제사회를 긴장시킨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끝났다. 한번에 수억 달러가 든다는 발사로 인해 북한은 최소한 주민들에게 부족한 1년치 식량을 공중에 날려 버린 셈이다. 북한은 또 김일성 출생 10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여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처럼 북한은 전시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명백히 위반했다는 점 때문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패로 날린 비용 이상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 강도가 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제재 결의를 채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하더라도 북한이 입을 타격은 작지 않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가 재차 추락하고 이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도 위축시킬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이나 일본 등 서방국들은 금융제재 등 추가적인 제재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완성하기 위한 노동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기간 중 ‘축하 쇼’로 기획된 미사일 발사가 실패함으로써 주민들에 대한 지도부의 권위도 함께 추락했다.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연다’는 선전과 공약이 허망한 것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20대 청년을 최고지도자로 삼으면서 벌이는 일마다 좀처럼 풀리질 않는다.



 북한 지도부 안에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한층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은 이들을 찍어 누르기보다 편승하기 십상이다. 이미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의 압박이 한층 강해지고 이를 빌미로 북한은 새로운 대남 도발을 시도할 위험성도 있다. 북한 지도부의 갈등이 심할수록 큰 도발을 계획할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



 반면 북한이 새로운 협상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말께 미국에 미사일 발사 뒤 협상을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제의를 무시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상당기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경색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면 전환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 실패와 핵실험 가능성, 권력 승계 등은 모두 한반도 정세를 유동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요인들이 자칫 극단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대비가 여기에만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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