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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북한 핵과 미사일은 태양에 녹아 없어지는 ‘이카로스의 날개’

중앙일보 2012.04.14 00:00 종합 4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다이달로스는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匠人)이다. 어쩌다 그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크레타 섬의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탈출을 꿈꾸는 아들을 위해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이어 붙여 날개를 만들어준다. 깃털 날개를 양쪽 겨드랑이에 매달고 이카로스는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들뜬 마음에 하늘 높이 마구 올라간 이카로스는 태양열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떨어져 죽고 만다.



 어제 ‘광명성 3호’ 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을 보면서 ‘이카로스의 날개’가 생각났다. 전 세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은하 3호’ 로켓의 발사 버튼을 눌렀지만 하늘로 올라간 지 1분여 만에 산산조각 나 서해상에 떨어지고 말았다. 발사 10분 후면 대기권 밖으로 솟구쳐 올라 지구 궤도에 진입할 거라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하늘을 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며 구경꾼들 앞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가 그대로 추락사한 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기 두 달 전에 남겼다는 ‘10·8 유훈(遺訓)’의 일부가 어제 본지에 공개됐다. 아버지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에게 남긴 유언이다. 유훈에서 김정일은 국방에 소홀하면 대국의 노예가 된다면서 선군(先軍)사상을 끝까지 고수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미국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 합법적 핵 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서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정은이 미국과의 합의를 무시하고 위성 발사를 가장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아버지의 유훈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공했다면 심리적으로는 물론이고 군사적으로도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톡톡히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로 끝남으로써 게도 구럭도 다 놓친 꼴이 됐다. 3대 세습의 완성을 기념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준비한 축포가 불발탄이 되고 말았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실패로 끝난 불꽃놀이 한 번에 북한 주민 전체를 몇 달 동안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돈이 사라졌다. 미국에서 들어오기로 돼 있는 24만t의 식량도 날리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은 비난대로 받고 있다. 앞으로 미사일 수출마저 차질을 빚게 생겼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정일이 진정으로 아들을 생각했다면 다른 유훈을 남겼어야 한다. 어차피 핵무기는 북한이 보유할 수 없는 무기다. 설사 가졌다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인정해줄 수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이것을 합법적으로 보유하겠다고 버티면 버틸수록 북한 주민만 힘들어지고, 정권은 불안해진다. 그보다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체제를 서서히 변화시키라는 유훈을 남겼어야 옳다.



 태양에 가까이 가면 녹아 없어지는 쓸모없는 날개를 달아준 아버지나 그걸 달고 날아보겠다고 바둥거리는 아들이나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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