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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한 여전사? 무뎌진 촉과 날

중앙선데이 2012.04.13 23:41 266호 17면 지면보기
마돈나(Madonna)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서 이탈리아계 혈통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마돈나 루이스 치코네’. 1982년 데뷔했고 85년 신년 벽두 정상을 차지한 ‘Like a virgin’ 이후 글로벌 스타로등극, 무수한 히트곡을 내놨다. 여권신장에도 기여한 명실상부한 팝 아이콘.
성사되진 못했지만 재작년 마돈나의 내한공연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공연장 앞에 천막을 치고 날밤을 새우더라도 꼭 티켓을 사겠다!”는 팬이 많았다. 마돈나는 강력한 록이 아니면서도 20년간 ‘롤링스톤스’와 ‘U2’ 못지않은 엄청난 공연수입을 올리고 있는 흥행의 상징이다. 국내 팬들이 원하는 팝스타 공연 0순위이자 범접 불허의 ‘핫 티켓’이다. 기네스북에도 ‘역사상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여성 아티스트’로 기록되어 있다.

마돈나 새 앨범 ‘MDNA’

모든 지표가 가리키는 것은 마돈나가 ‘팝의 여왕’이란 사실이다. 문제는 쉰넷(1958년생)이라는 나이다. 현재 잘나가는 어린 스타들과 경쟁하기는 솔직히 무리다. 젊은 팬들은 예전에 마돈나가 보여준 파격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레이디 가가나 케이트 페리를 선호하지 ‘마 여사’를 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현재진행형’을 고집하고 밀어붙이는 투사적 기질 때문이다. 그 나이에도 젊은 트렌드의 공간인 클럽 댄스 스타일을 집중 공략한다. 이번 신보 ‘MDNA’에 앞서 발표한 싱글 ‘Give me all your luvin’’은 통산 41번째로 빌보드 댄스/클럽 차트 정상에 올랐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듣기 좋은 발라드나 편안한 팝 같은 안정지향을 취하지 않고 전자리듬 댄스로 젊은이들이 뛰노는 플로어를 달구는 것 자체가 비범하다. 나이를 역행하는 자는 도발이라는 권리를 갖는다. 신보에 수록된 일렉트로 하우스 스타일의 ‘Girl gone wild’와 비트의 매력을 살린 뜨거운 ‘Gang bang’은 마돈나의 영토가 ‘청춘’이요 ‘춤’임을 실증한다.

마돈나는 음악가를 넘어 팬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소셜 리더’다. ‘소셜테이너’의 원조가 마돈나일 것이다. 그는 ‘Papa don’t preach(아빠 설교하지 마세요)’, ‘Open your heart(네 마음을 열어)’와 같은 노래, 과감한 의상과 율동으로 여성을 가둬온 사회적 장벽을 깨나갔다. 한때는 흑인 성자에게 키스하고 불타는 십자가 앞에서 춤추는 영상을 공개했고, 아슬아슬한 수준을 치워버리고 과감하게 올 누드를 담은 화보집『섹스』를 내놓기도 했다.

여성의 자기주장과 자결(自決), 표현의 자유, 그리고 페미니즘이 마돈나와 등식화됐다. 음악은 명백한 댄스음악의 범주인데도 기성 가치와 질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록 진영의 독점적 환대를 받아 록 평단은 지금도 그를 ‘살아 있는 록의 전설’로 섬긴다. 마돈나가 그 공격성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시종일관 “비치(bitch)”를 외치는 ‘Gang bang’이나 ‘I’m a sinner’와 같은 신보의 대담한 노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

다만 수록 곡의 전반에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실험과 도발로 마구 달리는 마돈나 특유의 감각이 조금 무뎌졌다는 느낌이 든다. 친근감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마돈나의 으뜸 정체성인 ‘공격적 총기’가 덜하다는 것이다. 촉과 날이 없다고 할까. 명성을 지키려는 위기감의 발로인지 98년 대박을 터뜨린 ‘Frozen’과 ‘Ray of light’의 프로듀서 윌리엄 오빗을 다시 불러들였음에도 마돈나와 작업자들의 협력이 척척 맞아 돌아가지 않는 인상이다. 4년 전 앨범 ‘하드 캔디’보다 낫다는 정도, 거기까지가 신보의 수확일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은 신보를 ‘이혼 앨범’으로 규정한다. ‘I don’t give A’라는 곡이 웅변하듯, 2008년 10년 연하의 영화감독 가이 리치와 헤어진 데 따른 심경이 앨범 전반을 덮고 있다는 것이다. 록 전문지 ‘롤링스톤’은 마돈나 새 앨범 리뷰를 이렇게 썼다. “마돈나의 음악은 언제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상실감과 슬픔이라는 내부적인 억압을 다루고 있다. 스타, 그들도 실은 우리랑 똑같다.”

자신의 현실과 상황을 음악으로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마돈나가 남 아닌 ‘자기음악’을 한다는 것이고, 또 지극히 인간적임을 알려준다. 이것만으로도 새 앨범의 질과 무관하게 마돈나는 불리할 게 전혀 없다. 마돈나는 아직도 박수 받을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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