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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레저업계’

중앙일보 2012.04.13 04:27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올봄에 꽃 장사는 망쳤다. 달력은 바야흐로 완연한 봄날인데 꽃 소식은 여전히 뜸하다. 지난주에도 서울에는 눈이 내렸고 강원도는 아예 폭설 피해를 보았다. 툭 하면 영하로 떨어지기 일쑤여서 움츠린 어깨는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지난주 전국 평균 기온은 7.8도였다. 최악의 냉해를 입었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3도 낮았다.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란 옛말이 올봄엔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장사를 망친 건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1년 내내 준비한 전국 꽃 축제가 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다. 전남 구례 산동마을은 지난달 말 노란 산수유 꽃 대신 지리산 자락에 쌓인 흰 눈과 함께 산수유 축제를 진행했다. 전남 광양의 매화 축제도 축제가 다 끝난 뒤 매화가 만개해 수많은 상춘객이 허탕을 쳤다. 국내 최대의 봄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도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 대신 막 고개 내민 몽우리와 함께 50회째 축제를 치렀다.



 여행기자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계절을 알리는 일이다. 지난달 아직 눈 내리는 날씨여도 남도를 뒤지고 다니며 화신(花信)을 전했던 건, 겨우내 주눅 들었던 일상에 봄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내일을 기대할 때 지친 오늘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봄은 여행기자에게 성수기다. 2월부터 5월까지 동백∼매화∼산수유∼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 순으로 이어지는 전국 꽃 달력을 좇아서 사는 여행기자의 봄은 정신없지만 뿌듯한 시기다.



 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3월 20일)부터 하지(6월 21일)까지고, 기상학적으로는 3월부터 5월까지다. 지금이 벌써 4월 중순이다. 기상학적으로 올봄은 이미 절반이나 지난 것이다.



 하지만 레저 달력은 사정이 다르다. 이제 막 겨울을 떠나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스키장은 지난 주말까지 영업을 하고 9일에야 문을 닫았다. 다른 스키 리조트도 3월 마지막 주말까지 장사를 했다. 문을 닫으려 해도 꾸역꾸역 눈이 떨어지니, 스키장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꽃은 이윽고 핀다. 다만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하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나무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봄이 늦다고 여름도 늦지는 않는다. 봄이 늦어지는 바로 그 만큼 봄이 줄어들 따름이다. 이제 2주일만 더 지나면 다시 말해 5월부터는 워터파크가 야외 시설을 개장한다. 워터파크 야외 개장은 레저 업계에서 여름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레저 달력에서 올봄은 겨우 20일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레저 산업은 아직도 하늘만 바라보고 산다. 우리나라 레저 업계는 비가 와도 망치고 꽃이 안 피어도 망친다. 이른바 천수답 경영이다. 아직도 휑한 꽃나무 아래에서 여행기자와 레저 업계 그리고 지방 공무원이 긴 한숨만 내쉬는 올봄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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