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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땐 번개, 떼낼 땐 뭉기적 … 어쩔꼬, 총선 현수막 1만장

중앙일보 2012.04.13 00: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송파구청 주택관리과 직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동 개롱역 사거리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현수막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12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인 창천동 현대백화점 인근 사거리엔 후보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인도 옆 가로수에 걸린 우상호(50·민주통합당) 당선자의 현수막과 신호등에 걸린 이성헌(54·새누리당) 후보 현수막 사이로 20대 수십 명이 지나갔다.

그냥 놔두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
폐기물로 버리면 처리비 28억



 우 당선자는 전날 걸렸던 홍보 현수막을 ‘잊지 않겠습니다! 보답하겠습니다!’란 문구를 넣은 당선 사례 현수막으로 바꿔 달았다. 우 당선자 측 보좌관 이모(42)씨는 “선거법상 기존 현수막을 빨리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새벽 2시쯤 선거운동원들이 나가 당선 사례 현수막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정주(28·연세대)씨는 “홍보도 좋지만 오갈 때마다 거리가 현수막으로 가득해 지저분하다”며 “언제쯤 현수막을 모두 떼어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총선 기간 거리를 수놓은 현수막이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송파구청의 경우 직원 15명이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내 현수막을 떼어냈다.



서명호(49) 송파구청 광고물정비팀장은 “선거가 끝나면 현수막이 지저분하니 치워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떼어낸 현수막은 농가에 기부해 병충해를 막는 데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19대 총선 기간 동안 전국에 걸린 후보 현수막은 총 1만4000여 장. 선거관리위원회 규정대로 후보 1092명이 전국 읍·면·동에 현수막을 걸었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무게만 21t에 달한다. 김태희(39) 자원순환사회연대 기획팀장은 “현수막은 일반 폐기물로 분류돼 소각·매립해야 한다”며 “소각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처리 비용만 약 28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현수막 뒤처리는 ‘후보’ 책임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수막을 게시한 후보는 선거일 후 이를 ‘지체 없이’ 떼어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선관위는 후보에게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당선 사례 현수막은 선거일 후 13일 동안 걸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따지면 12일 자정부터 현수막을 떼야 하지만 일부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철거 기한을 정해놓고 떼어내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박미현(27) 대표는 “현수막은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튼튼한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67조(현수막)=후보자는 선거 운동 기간 중 선거구 읍·면·동마다 1장의 현수막을 걸 수 있다. 10㎡ 이내 천으로 만들어야 한다. 형태 제한은 없지만 일정 장소·시설에 고정해야 한다. 교통신호·안전표시나 다른 후보의 현수막을 가려선 안 된다. 관할 선관위에서 받은 표지를 달아야 한다. 선거법 276조에 따라 선거 후 바로 철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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