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18대 마지막 ‘민생 국회’ 열어라

중앙일보 2012.04.13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지난 7일 경찰이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모텔로 출동해 감금돼 있던 여성을 구출했다. 여성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며 서울경찰청 112 센터로 구조 요청을 해온 데 따른 것이었다.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편법이었지만 위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만약 경찰의 112 신고자 위치조회 권한을 명시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어땠을까. 편법 논란으로 경찰이 멈칫거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1일 수원에서 중국동포에게 살해된 20대 여성의 생명도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010년 4월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 법안 소위에서 2년째 먼지가 쌓이고 있다.



그제 19대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18대 국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제 마지막 뒷모습을 고민할 때다. 국회에 따르면 현재 정부 제출안은 407건, 의원 발의 법안은 6043건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다음 달 29일 1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이 중에는 위치정보법 개정안 외에도 국가안보와 경제, 민생 등과 관련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적지 않다.



 통일·안보 분야의 경우 지난해 5월 정부 발의로 상정된 국방개혁법안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작전지휘 선상에서 배제돼 있는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지휘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북한 도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통일 재원을 마련하는 ‘통일 항아리’의 입법화, 즉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 역시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속만 타 들어 간다.



 경제 분야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미 5개 증권사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과 중소혁신 기업 지원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의 통과를 예상하고 대규모 증자를 실시했다. ▶편의점에서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 ▶‘국회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안 ▶중국 등 외국 어선의 불법 어업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이들 법안의 처리는 19대 국회 개원 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렵다. 오는 6월부터 19대에 들어가지만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 이견을 좁히려면 한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8대의 경우 2008년 7월 첫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의장도 선출하지 못한 채 나흘 만에 종료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8월 이후에나 정상적인 국회 가동이 가능한 것이다.



 의원들은 다음 달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어 주요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밤샘 토론을 해서라도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은 통과시키고, 합의를 보지 못한 법안에 대해선 그 이유를 국민 앞에 밝히길 바란다. 그래야 19대 국회가 생산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것이 총선 기간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민생 공약을 쏟아냈던 각 정당의 도리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