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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합진보당, 13석의 무게 새겨야

중앙일보 2012.04.13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국의 급진 진보세력이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정치 제도권 진입을 추진한 건 1997년이다. 국민승리21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2000년 1월 민노당이라는 정식 정당으로 바뀌었다. 2002년 대선 도전(권영길 후보)에 이어 민노당은 2004년 노무현 탄핵 역풍 속에 10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 정당 투표에서 13%나 받아 비례대표 8명을 건진 것이다. 민노당 의원들은 치열했던 삶과 검소한 생활 등으로 적잖은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민노당은 제도권에 맞는 변신에 실패했다. 법을 위협하는 과격한 투쟁과 종북(從北)주의 노선으로 지지율은 점점 추락했다. 2007년 대선 득표율은 3%로 떨어졌다. 대선 후 심상정·노회찬 같은 평등파가 자주파의 종북주의를 비판하며 탈당했다. 결국 민노당은 2008년 총선 때는 의원이 5명(비례 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민노당 등의 세력을 합친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13석(비례 6석)으로 몸집이 크게 불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크게 의존하기는 했지만 이는 진보정치 역사에서 가장 큰 세력 확장이다. 민주당과의 야권연대가 튼튼해 통합진보당은 정치적 영향력에서 ‘13석’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 통합진보당에 여전히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기소된 김선동 의원이 당선됐다. 비례대표 이석기 당선자는 김일성 주체사상 활동과 연관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당은 한·미 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재벌 해체,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제주해군기지 취소 같은 급진적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 종북과 폭력이라는 2개의 멍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번 패배로 위축된 야당연합은 세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한 의회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통합진보당은 이번이 중요한 기회라는 걸 알아야 한다. 13석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하고 최루탄이나 ‘강기갑 공중부양’ 같을 걸 재연하면 제도권 내 그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반대로 ‘13석의 성숙한 제3정당’으로 우뚝 서면 더 많은 정치적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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