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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직원들, 10분안에 답장 안주면 화 내"

중앙일보 2012.04.13 00:00 경제 7면 지면보기
한·일 기업의 첫 LNG 개발사업 현장인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한국가스공사와 미쓰비시상사 관계자가 인도네시아 감독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가스공사]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청담동 격인 세나얀 지역. 명품만 취급하는 백화점에다 고급식당이 즐비한 이곳 센트럴 세나얀 빌딩 13층엔 최초의 한·일 합작 액화천연가스 회사인 동기-세노로 LNG(DSLNG)가 입주해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일본의 미쓰비시(三陵)상사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회사다. 동기-세노로는 인도네시아 동부 술라웨시섬에 건설 중인 LNG 생산기지가 위치한 지역 이름이다.

한·중·일 신협력시대 <3·끝> 인도네시아서 한·일 상생 실험



 사무실에 들어서면 먼저 이슬람식 기도실이 눈에 들어온다.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도 참여한 3자 합작이라 직원 중에 이슬람 신도가 적잖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88%가 이슬람교인이다. 그러나 기도실을 제외하면 각국의 문화적 특색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미쓰비시상사 다쿠지 곤조(近造 卓二) 부장은 “기도실만 빼면 여긴 뉴욕인지 싱가포르인지 모를 만큼 국제적”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사무실에서 쓰는 언어부터가 영어 한 가지다. 본국과 소통할 경우가 아니면 자국 언어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상대국 임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단합을 위해 회사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게 원칙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각국의 국기를 요청하자 현지인 홍보실 직원 니아 사리나스티티는 “그런 건 없다”며 난처해했다.



 DSLNG는 한·일 양국 기업이 손잡은 첫 LNG 공동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으며 지난해 2월 첫 삽을 떴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한·일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한·일 합작시대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문화 차이로 인해 회의 시간을 맞추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우선 이슬람 기도시간은 반드시 피해야 했다. 또 인도네시아인의 경우 조금 늦는 게 미덕처럼 돼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정시에 나타나는 게 예의였다. e-메일을 주고받는 행태도 달랐다. 한국 직원은 신속하게 답장을 하는 데 익숙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직원은 딴판이다. 만약 한국 직원이 10분 안에 짧게라도 “잘 알았다(Well-noted)”라는 답장을 안 주면 “내가 뭔가 잘못해서 화가 나서 답을 안 주는 거냐”고 물어온다고 한다.



 호칭으로 마찰을 빚은 적도 있었다. 일본인 직원이 영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직원에게 일본식으로 “김상(さん)”이라 부른 게 화근이었다. 그러자 한 한국인 직원은 술자리에서 “일본식으로 부르면 우린 아무래도 기분이 좋진 않다”고 항의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결국 다음날부터 모든 호칭은 엄격하게 영어식으로 부르기로 됐다. 기업의 전통 역시 무시 못 할 갈등 요인이었다. 회의록 작성법부터도 달랐다. 한 번은 일본 측에서 한국 측이 작성한 회의 문건의 작은 문법적 오류를 일일이 지적해 회사 관계자 모두에게 회람시키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가 갈등을 부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화합을 일구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측 건설 담당인 루디 수지아르토는 “얼마 전 뎅기열로 갑자기 입원을 했는데, 한국 임원이 일요일인데도 병문안을 와줬다”며 “꼭 아버지 같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경을 뛰어넘는 동지애 덕에 공사는 1년 넘게 무사고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업의 목표는 2014년부터 연간 200만t의 LNG를 생산해 한·일 양국에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측에서 볼 때 이 프로젝트는 이윤뿐 아니라 여러 이점이 있다. 한국가스공사 조강철 차장은 “이번 공사를 통해 일본의 설계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며 “LNG 개발 프로젝트를 한·일이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김영선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DSLNG는 한국 기업이 단순 지분 참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인력을 파견하는 프로젝트로, 한·일 간 제3국 진출 협력의 상징적 모델”이 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남정호 순회특파원

한우덕·전수진 기자

협찬 : 원아시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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