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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느님’ 때문이야 … 울고싶은 주식형펀드

중앙일보 2012.04.13 00:00 경제 9면 지면보기
‘이 모든 게 삼성전자 때문이다’.


삼성전자 독주에 펀드 운용 딜레마

 올해 시장의 화두는 삼성전자다. 최근 주춤하기는 하지만 얼마 전까진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4일 장중엔 135만1000원까지 갔다. 이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0조원에 육박했다. 국내 전체 시장의 5분의 1을 한 종목이 좌우하는 셈이다. 주가에 걸맞게 1분기 실적도 최대다. 5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 추정치를 7000억원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목표주가 200만원’은 ‘레토릭’이 아니라 ‘팩트’가 돼 가는 분위기다.



 증시에 ‘삼느님(삼성전자+하느님·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대상을 부를 때 ‘-느님’을 붙여 부르는 인터넷 표현)’이 출현하면서 전에는 못 보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펀드 시장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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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주식형 펀드가 시장을 못 쫓아가고 있다. 올 들어 10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9%.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9.4%에 못 미친다. 1년 수익률로 보면 격차가 더 크다. 주식형 펀드가 원금의 9.3%를 까먹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4.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수익률 차가 4.6%포인트로 벌어진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바닥을 찍고 최근까지 100%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 비중은 주식형 펀드에서는 13.4%, 코스피 지수에서는 16%다. 급등한 삼성전자를 시장만큼도 못 들고 간 탓에 주식형 펀드 성과가 시장에 밀린 셈이다.



 2004년 말 첫선을 보인 정통 삼성그룹주 펀드도 체면을 구겼다. 4년 뒤 시장에 나온 삼성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보다 수익률이 처진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원조’ 격인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C 5)’의 최근 1년 수익률은 -5.3%다. 그런데 같은 기간 ETF인 ‘삼성KODEX삼성그룹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3.1%의 수익을 올렸다. 삼성그룹에 속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큰 그림은 같지만 성과 차이가 8.4%포인트나 난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ETF 수익률이 앞서는 건 투자 비용이 싸고 매니저의 주관이 배제됐다는 ETF의 장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도 “최근의 강세는 ETF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월 말 기준으로 펀드 자산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투자삼성그룹주적립식펀드가 13.1%, 삼성KODEX삼성그룹주ETF는 25.3%다. 배 상무는 “일반 펀드는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고, 삼성전자처럼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을 경우에는 시장 비중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며 “반면 ETF는 한 종목에 30%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구조상 삼성전자를 많이 편입할 수 있는 ETF가 최근 같은 시장 상황에선 유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백제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1팀장은 그러나 “삼성전자 독주 현상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며 “펀드는 장기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팀장은 “삼성전자처럼 특정 종목의 과열현상을 펀드에 그대로 반영한다면, 반대로 그 종목이 급락할 경우엔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삼성전자의 전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상반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에 집중한 펀드가 성과가 좋다고 갈아탔다가는 낭패를 봤을 것”이라며 “시장 흐름에 휩쓸리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에 분산하는 것이 장기 투자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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