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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평생직장’ 찾다…꿈과 여유 만드는 세 여자의 작업실

중앙일보 2012.04.12 10:47 6면 지면보기
취미 활동 삼아 또는 창업을 위해 홈패션·도자기·퀼트·인형 공예 등을 배우는 여성이 늘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모두가 꿈꾸게 되는 것이 ‘작업실’이다.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을 일터로 꾸민 여성 아티스트 3인의 작업실을 들여다봤다.



하현정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엄마옷·아기옷 태어나는 깔끔한 공간

조민희씨의 역삼동 작업실 ‘더 키 노트’




조민희(29·사진)씨가 작업실을 연 건 지난 해 8월. ‘양재평생교육원’에서 홈패션 강사로 근무하던 중 늘어나는 장비와 재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작업실을 내기로 결심했다.



 “교육원과 가까운 곳이라야 이사하기 쉬울 것 같아 강남 지역을 선택했어요. 여자들이 쓸 공간이니 화장실도 깔끔해야 하고 채광도 좋았으면 했죠.”



 작업실로 최종 낙찰된 곳은 뱅뱅사거리 근처 약 28㎡의 오피스텔이다. 9층이라 채광이 더없이 근사한 곳이다. 작업실 이름 ‘더 키 노트’는 쓰던 메모용 노트에 인쇄된 타이틀에서 따왔다.



 4대의 미싱 행렬과 만들다 만 아기 용품, 옷·이불들이 입구 한쪽에 쌓여 있고 각종 천과 부자재들도 보인다. 작은 수납함부터 우드 테이블 등 원목 가구가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손재주가 좋은 아버지와 조씨가 손수 만들었다. 인테리어 컨셉트는 ‘싫증 나지 않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조씨가 홈패션을 접한 건 대학 1학년 때다. “전공은 사진이었지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쇼핑몰을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중국 제품들의 질이 너무 형편없어 제가 다시 바느질로 마무리를 해서 판매했었죠. 그러다 ‘한번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 홈패션의 세계에 뛰어 들었어요.”



 대학생활을 병행하면서 홈패션 지도자 자격증, 양장 기능사 자격증 등을 땄다. 학교 졸업 후 교육원에서 2~3년간 강사로 일하고 각종 외부 강의도 진행했다.



 조씨의 일주일 스케줄은 제법 빽빽하다. 화·수·금요일엔 작업실에서 강좌를 열고, 월·목요일엔 잠실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한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엔 시장에서 쇼핑을 하면서 작품 구상을 한다.



홈패션 작업실은 환기와 방음이 중요하다. 원단과 부자재로 인해 생기는 먼지를 내보내야 하고, 미싱 작업 중에 나는 소음을 잘 흡수해야 한다. 강습에 참여하는 임신부가 많기 때문에 위생도 잘 체크해야한다.



 “정성 들여 아기용품을 만드는 임신부 수강생들을 보면 홈패션 작업실만큼 행복한 곳이 없구나 싶어요. 이 작은 공간이 저에겐 평생 직장이에요. ‘평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만큼 진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때론 실패와 실수도 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위치 : 강남구 역삼동 뱅뱅사거리 근처 오피스텔 9층 임대료 : 보증금 2500만원 월세 150만원

인테리어 및 부대 비용 : 1200만원

문의 : 070-4408-1706





주부 눈길 사로잡는 유럽풍 그릇 공방

남주희씨의 삼성동 작업실 ‘아우룸 포슬린 스튜디오’




포슬린 아티스트 남주희(34·사진)씨의 작업실은 1층에 있다. 주택과 상가가 적당히 어우러진 이면 도로에 있어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이다. “1층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단점은 매일 나와야 한다는 거죠. 불이 꺼져 있으면 ‘문 닫았나 보다’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남씨가 포슬린 아트를 시작한 건 2004년. 직장생활을 하던 중 ‘여자가 대기업에서 얼마나 오래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2006년부터 포슬린 아트를 본격적으로 배웠고, 그 해 말 강사 자격증을 땄다. 포슬린 아트는 민무늬 백자 위에 특수안료를 오일과 섞어 그림을 그린 후 750~820도 가마에 구워내는 유럽 스타일 공예다.



삼성동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2009년 5월의 일이다. “지인의 집이 근처였는데 오가는 길에 ‘임대’라고 붙은 벽보를 발견했어요. ‘너도 작업실 같은 거 한번 해봐야지 않냐’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가 많았던 때죠.”



 이튿날 바로 계약했다. 남씨의 작업실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가구는 모두 직접 만들었다. 뚝딱뚝딱 만든 쉐비풍의 가구에 작품들을 전시했다. 작업실 이름은 ‘아우룸 포슬린 스튜디오’. 아우룸은 ‘금빛’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쇼윈도의 그릇들을 보고 동네 주부들이 강좌를 문의해왔다. “평생 남 선생 따라 다니면서 배울 테니까 다른 데로 옮길 생각 말라”며 엄포를 놓는 열혈 수강생도 생겼다.



 작업실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오후 8~9시. 인적이 드물어서 집중하기 좋은 때다. “초여름이면 문을 열어 놓고 작업을 하는데, 맞은편 꽃집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이 훌륭한 배경 음악이 되기도 해요.”



포슬린 아트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남씨는 “재능이 없어도 된다”며 “본을 따라 그리면 되니 예술적 기질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작품을 많이 만들어보는 게 중요하구요. 저렴하고 좋은 재료상을 많이 알아두는 것도 필수예요. 아줌마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화력이 있다면 더욱 좋겠죠.”



위치 : 강남구 삼성동 상아아파트 3차 뒤편 상가 1층

임대료 :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30만원

인테리어 및 부대 비용 : 800만원

문의 : 02-542-6268 





동화 속 인형 만드는 치열한 삶의 현장

정지원씨의 청담동 작업실 ‘돌 아뜰리에’




강남구 청담동 골목의 오래된 상가 2층. 좁은 복도를 지나 작은 문을 열면 동화 속 세계가 펼쳐진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길고 가는 팔과 다리를 가진 인형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중세 유럽 여인도 보이고 흑백영화 속 오드리 햅번도 있다.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도 단아한 자태를 뽐낸다.



‘드레스 인형’ 작가 정지원(38·사진)씨의 작업실 풍경이다. 그의 작품은 연예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데, 배우 장동건이 부인 고소영과 닮았다며 작품 몇 점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정씨는 개인 작업을 하면서 강좌도 진행한다. ‘돌 아뜰리에’라는 사이트를 통해 인형 키트도 판매한다. ‘한국수공예협회 드레스인형 분과’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정씨가 강남 중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청담동에 작업실을 연 이유는 집과 가까워서다.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돌보려면 집 근처여야 했다. 또한 ‘무조건 싼 곳’이어야 했다. 결국 보증금 500만원에 집과도 가까운 33㎡의 공간이 정씨의 품으로 들어왔다. 조금 낡긴 했지만 그에겐 더없이 아늑한 공간이다. 인테리어도 300만원에 끝냈다.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벽돌과 합판을 따로 구입해 장식장을 만들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정씨가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1년. “평소 바느질을 좋아했는데, 인형작가 ‘요네야마 교코’의 책을 우연히 본 후로 인형에 빠져들었죠.”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인형 작업에 매진했고 그는 작가가 되었다.



정씨가 가장 좋아하는 때는 낮 12시 이후 오후 시간. “라디오를 틀어 놓고 주로 작업을 해요. 그 때만큼은 작업실이 편안한 분만실이 돼죠. ‘오늘은 얼마나 예쁜 딸을 만들게 될까’ 생각하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어요.”



 그렇다고 한가로운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단을 사러 시장을 가야하고 새로운 부자재도 찾아 다녀야 한다. 쇼핑몰에서 판매할 키트를 포장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작업실을 꿈꾸는 이들에게 정씨는 “환상을 깨라”고 말한다. “드라마 속 멋진 작업실은 드라마일 뿐, 현실은 임대료와 관리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비용까지 벌어야 합니다. 부지런히 작업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위치 :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정문 앞 상가 2층

임대료 : 보증금 500만원 월세 100만원

인테리어 및 부대 비용 : 300만원

문의 : 010-4259-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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