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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페플럼, 레이스, 주름 장식 … 그녀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2012.04.12 04:30 주말섹션 2면 지면보기
지난 4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미스지콜렉션’ 패션쇼. ‘서울컬렉션’ 셋째날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화려한 스팽글 장식과 여성적인 선을 강조한 드레스가 아름답다. [사진 미스지콜렉션]
경기 불황 속 여성은 때로 강한 이미지를 추구한다. 그런데 불황이 너무 길어서일까. 현실의 칙칙함을 화려한 여성성으로 잠시나마 잊으려는 듯 여성 패션이 화사해졌다. 올 가을ㆍ겨울 서울 컬렉션에 돌아온 진짜 여인들이다.

여성미 담은 다양한 디테일, 화사한 원색의 경연 … FW 서울컬렉션 들여다보니



여성적인 실루엣은 한껏 살리고, 색상은 경쾌하게. 올 가을·겨울 패션을 정의하는 키워드다. 지난 2일부터 엿새 동안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펼쳐진 ‘2012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서 확인한 결과다. 수년 전만 해도 뉴욕·파리·밀라노 등 세계적인 컬렉션 곳곳에서 경기 불황을 헤쳐나가는 강인한 여성상이 눈에 띄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에 대한 반발에서인지 여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 각광받는 추세다. 50여 개 브랜드·디자이너가 참여해 ‘여성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명제로 물들인 서울 컬렉션의 패션 현장을 분석했다.



여성적인 선에 주목하라



부부 디자이너 정혁서·배승연씨는 자신들의 컬렉션 ‘스티브제이&요니피’에서 ‘페플럼’을 활용한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다. 페플럼은 블라우스나 재킷 아랫부분에 달아 옆으로 살짝 퍼지게 만든 짧은 치마를 말한다. 엉덩이 위에 살짝 걸치는 길이여서 페플럼만으로 치마가 되기보다 장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고 간단한 표현법이지만 옆으로 퍼진 천의 모양새가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하기 때문에 여성적인 패션에 잘 어울린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대표적인 여성용 치마 정장도 페플럼이 특징이다. ‘실용적인 미래주의’를 주제로 삼은 이들은 “미래주의라고 하면 흔히 반짝이는 의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페플럼을 달아 허리선을 살리면서 엉덩이 부분을 강조하고 다리가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며 “덕분에 여성적인 사랑스러움을 의상에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PVC로 만든 페플럼은 청바지 느낌의 셔츠 아래에도 어울렸고 정교한 주름을 잡은 원피스에도 달렸다. 또 다른 부부 디자이너 김석원·윤원정씨는 ‘앤디앤뎁’ 컬렉션에서 엉덩이 선을 의도적으로 과장한 코트와 재킷 등을 선보여 여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들은 “중세시대의 고혹적이고 우아한 여성상을 떠올린 관객도 있었다”며 “특히 엉덩이가 뒤쪽으로 강조돼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성을 상징적으로 과장한 컬렉션”이란 해석도 덧붙였다. 디자이너 박춘무씨와 최지형씨도 신축성이 좋은 면 소재인 ‘저지’를 활용해 걸을 때마다 다리의 곡선이 잘 드러나는 치마를 여러 벌 선보였다. 발목 위까지 오는 길이의 폭 좁은 치마 디자인은 모델이 움직일 때마다 아름다운 다리 선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데 일조했다.



1 이재환씨가 만든 오렌지빛 의상. 2 ‘컬러 블로킹’이 눈에 띄는 이석태씨 작품. 3 페플럼 장식이 돋보이는 ‘스티브제이&요니피’ 원피스. 4 각선미를 드러내는 박춘무씨 의상. 5 강렬한 분홍빛과 옅은 분홍색을 조화시킨 이도이씨 작품. 6 엉덩이 선이 도드라지는 ‘앤디앤뎁’. [사진 서울패션위크]




오렌지·분홍·초록 … 색상도 화려해져



7 잘록한 허리선과 화려한 꽃무늬의 손정완씨 드레스. [사진 서울패션위크]
올봄 패션에서 한창 유행 중인 밝고 경쾌한 색상은 가을·겨울에도 여전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유행색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렌지빛은 이번 서울컬렉션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바실리’를 만드는 디자이너 이재환씨는 상·하체 부분에 채도가 다른 오렌지빛을 사용한 원피스를 선보였다. 윗부분엔 짙은 오렌지색 술장식으로 여성미를 강조하고, 아랫부분엔 그보다 옅은 오렌지빛 치마를 조화시켰다. 살짝 주름지도록 재단한 무릎 위 길이 치마엔 양초 장식으로 재미를 더했다. 오렌지색뿐 아니라 분홍색이나 빨강·초록·노랑 등 원색으로 화려하게 연출한 의상도 눈에 띄었다. ‘미쓰지 콜렉션’의 디자이너 지춘희씨는 특유의 밝고 경쾌한 색 의상으로 호평을 받았다. “자연의 색상이 가장 아름답다”는 그는 다홍빛 코트, 초록 치마, 노랑 재킷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민 의상 디자인을 선보였다. ‘푸시버튼 컬렉션’의 디자이너 박승건씨는 분홍 코트로 여성미를 살렸다. 그가 만든 분홍 코트 깃은 검은색으로 된 아래쪽 라펠 끝 부분이 하트 모양을 연상시켜 여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화사한 색상 퍼레이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혁서·배승연씨는 페플럼을 짙은 하늘색으로 수놓았고 이도이씨는 주름 장식이 돋보이는 진한 분홍과 화려한 무늬의 옅은 분홍을 섞어 원피스를 만들었다. 이석태씨는 특정 색상 조각을 의상 부분부분에 집어넣는 ‘컬러 블로킹’으로 화사함을 뽐냈다. 그는 베이지색 바지의 안쪽 솔기에 초록색 조각을, 주머니 아래엔 붉은색 조각을 집어넣었다. 이런 기법 역시 올봄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 밖에 ‘손정완 스타일’이란 이름이 따라 붙을 정도로 여성적인 스타일의 대명사가 된 디자이너 손정완씨는 가슴 바로 아랫부분까지 허리선을 끌어올린 드레스에 화려한 꽃무늬를 넣은 의상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손정완 “섹시·우아함 조화돼야 진정한 여성미 완성”



손정완(53·사진)씨는 여성적인 스타일의 대명사로 대중에게 각인된 디자이너다. 올 2월 뉴욕 컬렉션의 손정완 패션쇼에 참석한 미국의 유명 여배우 켈리 루더포드(44)가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손정완의 옷은 매우 여성적(feminine)이면서 섹시하다”고 소개했을 만큼 ‘여성성’은 손정완 옷의 특징이다. 이번 서울컬렉션에서도 그는 현대미술가 마크 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시들지 않는 꽃’이란 주제로 다양한 프린트를 활용한 여성적 의상을 선보였다. 그를 만나 여성적인 스타일의 대명사, ‘손정완 스타일’에 대해 들었다.



 그는 1990년 서울 압구정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의상실을 내고 패션계에 데뷔했다. 99년 SBS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배우 심은하·유호정이 그의 옷을 입었고, 대중에겐 ‘여성적인 옷=손정완’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중이 ‘손정완=공주풍 옷’을 상상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섹시함과 우아함이 조화돼야 가장 여성적인 스타일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손정완 스타일’의 첫째 요소는 덜어내기다. “디테일을 복잡하게 하는 건 패션 디자이너에게 쉬운 일”이라는 그는 “단순한 가운데 포인트를 살리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의상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옷의 밑바탕이 되는 옷감 재단이다. “허리를 예로 들어 볼까요. 잘록한 선이 살아야 여성적으로 보이는데 이게 몸을 꽉 죄면 사람들이 싫어해요. 선은 살리면서도 편안하게 입으라고 허리선을 보통보다 살짝 위로 잡아요. 그러면 다리도 길어 보이면서 진짜 허리춤엔 약간의 여유 공간이 생기죠. 편하면서 여성적인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는 거죠.” ‘손정완 스타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소인 살짝 부푼 듯 짧은 소맷부리 모양도 마찬가지다. “가느다란 손목의 뽀얀 속살을 약간 드러내면서 부풀린 소맷단이 빅토리아시대 드레스처럼 우아하게 보이죠.”



 그가 다음으로 꼽은 ‘손정완 스타일’의 핵심은 여성 고유의 선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가 선호하는 ‘홀터넥’이 대표적이다. 홀터넥은 상의나 드레스의 목 부분이 끈으로 돼 있어 목 뒤로 묶게 돼 있는 옷이다. 끈 형태로 목선이 드러나죠. “목 주위를 감싼 끈과 여성의 목선이 만들어내는 여백을 보세요. 쇄골이 더 가늘고 예쁘게 드러나죠. 어깨를 드러내도 너무 야하지 않게 하려면 가슴 아랫부분은 실루엣만 잘 살아나도록 하고 너무 요란스럽게 장식하지 않습니다.”



 평소 손정완 자신도 목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편안한 셔츠를 잘 입는데, 이때도 스타일링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가슴이 노출되면 하의는 짧은 걸 피합니다. 반대로 아주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었을 때 상의는 최대한 가리는 것으로 조화시키죠.”



 독특한 모양과 색깔의 장식물을 사용하는 것도 ‘손정완 스타일’의 비밀이다. 모피로 만든 코트나 드레스 등에 반짝이는 스팽글을 자주 다는 그는 “보편적으로 쓰는 것보다 200배 비싼 스팽글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스팽글처럼 튀는 장식은 흔한 디자인일수록 천박해 보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디자이너 손정완의 제안



“여성적인 패션 연출, 이것만은 피하라”




① 요란한 디자인 리본·레이스·비즈·스팽글 등 장식 요소는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리본 장식이 너무 크면 미성숙해 보이기 쉽고, 엉성한 레이스 자수는 유치해 보인다. 레이스 자체를 꼼꼼히 살펴보고 디자인이 세련된 걸 골라라.



② 유행 따라 하기 무릎 쪽으로 좁아지면서 길이는 7부쯤 되는 바지가 유행이다. 귀엽고 특이한 모양새이면서 굵은 허벅지 같은 몸매의 단점을 가려줄 순 있지만 유행이라고 무작정 따라 하면 위험하다. 무난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자칫하다간 여유 없이 유행만 좇는 사람처럼 보이기 쉬워서다.



③ 어두운 색상 봄에는 봄의 색상과, 가을엔 가을의 색상과 조화되는 게 가장 여성적이다. 어둡고 칙칙한 색상은 아주 세련되지 않으면 여성적인 분위기를 내기가 결코 쉽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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