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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거대 야당 견제론으로 보수 결집 성공

중앙일보 2012.04.12 01:35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가운데) 등이 11일 당사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양희 비대위원, 박 위원장, 이준석 비대위원. [김형수 기자]


‘선거의 여왕’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8년 전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승리를 엮어냈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로기 상태였던 새누리당이 11일 총선에서 역전타를 날린 것은 무엇보다 그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당 안팎의 일치된 평가다. 이에 따라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을 형세다.

‘선거의 여왕’ 드라마 같은 승리
대선 길목 대세론 더 힘 받을 듯
부산 5차례나 내려가 지원 유세
‘낙동강 벨트’ 문재인 도전 막아



 올해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등 대형 악재가 터졌을 때만 해도 새누리당 내에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보다 더 안 좋다” “100석도 건지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팽배했었다.



 2004년 총선에 이어 다시 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 위원장은 이번에도 정공법을 선택했다. 야당으로부터 ‘위장전술’이란 공격이 나왔지만 박 위원장은 구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 변경, 정강·정책 개정을 주도하며 총선을 위한 기초 체력부터 쌓았다.



 선거운동 기간엔 전국을 누비며 ‘거대야당 견제론’ 등 핵심 메시지를 직접 전파했다. 새누리당의 유일한 선거전략이 ‘박근혜 마케팅’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엔 “말 바꾸는 세력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야당 심판론’으로 맞섰다.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해선 “나도 피해자”라고 피해갔고,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엔 “자라나는 애들이 뭘 보고 자라겠느냐”며 공격의 전면에 섰다. 각종 이슈에 정면 대응하는 승부사 본능을 유감 없이 발휘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집권당의 오너가 박 위원장으로 바뀌면서 야당의 최대 무기였던 ‘MB 심판론’의 위력이 감소한 게 결정적 요인”이라며 “박 위원장이 내세운 ‘미래 권력론’이 야권의 ‘과거 심판’을 누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야권은 ‘이명박근혜 정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이명박=박근혜’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선 과거부터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갈등 관계였다는 인식이 두터웠다. 이 때문에 ‘이명박근혜’ 슬로건이 잘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1당 등극의 기본 토대가 된 영남권 싹쓸이 역시 박 위원장을 빼놓곤 설명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부산에 문재인(사상), 문성근(북-강서을) 후보를 투입해 낙동강 벨트에서 대대적인 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었지만 박 위원장이 올해 들어 부산에 5번이나 내려가면서 철벽 방어진을 구축하는 바람에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일부에선 사상에서 판세가 이미 기울었으니 사상에 자꾸 가봐야 박 위원장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박 위원장은 그럴수록 더 사상의 손수조 후보를 도와줘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더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위원장이 부산에서 대선 경쟁자인 문재인 후보의 바람을 잠재운 것은 12월 대선 레이스와 관련해 상당한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눈 여겨 볼 대목은 새누리당의 충청권 강세 현상이다. 4년 전 선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충청권 선거구 24곳 가운데 고작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25곳(세종시 포함)에서 과반에 근접한 의석을 가져오는 전과를 올렸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이 과거 행정수도 논란 때부터 강경보수 그룹의 비판을 무릅쓰고 일관되게 충청권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김용환 선대위 고문이 충청권 대승의 숨은 공로자란 평가도 있다. 김 고문은 지난해부터 박 위원장을 대신해 충청권에 수시로 내려가면서 인재 영입 등 선거 준비를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 측은 “충청권 출신이 많은 인천에서 새누리당이 예상보다 선전한 것도 같은 충청권 선거 결과와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원 지역도 당초 민주당 우세가 예상된 지역이지만 박 위원장 등장 이후 바람이 바뀌었다. 이 지역의 전통적 보수 민심이 급속히 옮겨오면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낳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향후 대권 가도가 장밋빛 일색이라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이번 선거는 박 위원장의 강점 못지않게 약점도 많이 노출시켰다. 우선 박 위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 이어 이번에도 서울 공략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4년 전 총선 때 압승을 거뒀던 서울에서 이번에 참패를 당한 것은 박 위원장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20~30대, 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취약점을 드러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당내 비(非)박근혜 진영이 ‘박근혜 한계론’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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