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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여자란 왜’] 결혼에 매달리는 여자, 청혼 망설이는 남자

중앙일보 2012.04.12 00:23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임경선 칼럼니스트
『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3주 연속 주말마다 결혼식에 다니고 있다. 신부들은 언제 봐도 참 예쁘다. 한 남자한테 사랑을 맹세받은 여자의 자신감이랄까. 당당한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다.



 반면에 결혼식이 끝난 뒤풀이 자리마다 표정이 어두워진 신부의 친구들이 보인다. 아직도 청혼해 주지 않는 남자친구 때문이란다. “결혼하자고 티 내면 내가 매달리는 것 같고, 넋 놓고 있자니 계속 이 상태일 것 같고.” 가위 진퇴양난.



 예전에는 남자도 어느 정도 나이 먹으면 자신의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뒷바라지해 주는 부모님 밑에서 월급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며 여자와는 주말 데이트나 즐기는 홀가분한 라이프스타일을 더 편하게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여자들은 주변의 시선과 자기 나이, 지금 이 남자 놓치면 또 언제 연애해 결혼하느냐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여자가 먼저 결혼에 대한 열망을 확 풍기면 남자는 도망가거나 알면서도 딴청. “나 다른 남자 만날까 봐” “나 선볼 거야” 식으로 질러도 남자들에겐 이판사판 협박으로 들릴 뿐이니, 이 역시도 위험한 도박이다. 또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남자는 안심해서 늘어지고, 또 언제 후발주자가 채갈지도 모를 노릇 아닌가!



 하지만 남자, 꿈쩍 안 한다. 답은 하나.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내 초조함은 진정 어디서 온 걸까. 혹시 회사 다니는 게 지쳐서, 인생의 코너에 몰린 것 같아서 결혼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만약 인생역전을 꿈꾸며 결혼한다면 이는 큰 실수다. 왜냐. 결혼으로 도망치면 결혼 후엔 정말 도망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도 좋지만 내 인생도 참 즐거워”라며 스스로 충족돼 있을 때, 그래서 나도 상대도 압박할 필요가 없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남자는 언제라도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버릴 수 있는 여자를 꽉 잡으려 하지 않을까.



임경선 칼럼니스트·『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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