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뇌성마비 여교수 40년 뒷바라지한 母 알고보니

중앙일보 2012.04.12 00:00 종합 31면 지면보기
장애를 딛고 대학의 ‘최우수 지도상’을 받은 정유선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왼쪽)가 어머니 김희선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언어와 지체장애를 딛고 대학 강단에 서 화제를 모았던 정유선(41)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그는 올해 이 대학의 ‘최우수 지도상(Teaching Excellence Award)’ 수상자로 선정돼 10일 상을 받았다. 더 의미가 큰 건 장애가 있다고 해서 가산점을 받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유선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



 “미국은 평가에 있어 얼마나 냉정한지 몰라요. 저를 존경한다던 학생들이 매긴 수업평가 점수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과정을 통과해 상을 받게 돼 더 좋습니다.”



 최우수 지도상은 학생들이 추천한 교수 중에서 심사를 통해 15명을 추린 뒤 최종 7명을 선정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정씨는 세 살 때 황달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말도 똑바로 할 수 없고, 남들처럼 또박또박 걷기도 힘들다. 이런 그를 지탱해 준 건 책이었다. 공부를 해 다른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 온 정씨는 옆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집념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04년 뇌성마비 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연구교수직 자리까지 얻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특수교육의 일환인 보조공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시간은 일주일에 단 하루 2시간 30분. 하지만 그 시간을 위해 정씨는 일주일 내내 수업 준비에 매달린다. 언어장애가 심한 그는 육성으로 수업을 진행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컴퓨터 자판을 치면 음성이 나오는 보조장치를 활용한다. 수업용 파워포인트를 만들고,보조장치에 들어갈 문장을 입력하는 일은 그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의 사고를 없애기 위해 수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리허설을 해본다. 지난 8년간 이 일을 거른 적이 없다.



 “저도 사람인데 쉬고 싶고 놀고 싶지 않겠어요? 매일매일이 저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하지만 늘 질 수 없다고 이를 악다뭅니다. 신기한 건 그 싸움에서 이기면 내가 조금씩 성장해 있는 거예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어요.”



 오늘의 그를 만든 일등공신은 엄마다. 정 교수의 어머니는 1960년대 ‘울릉도 트위스트’ 등 숱한 히트곡을 남긴 ‘이 시스터스’의 멤버 김희선씨다. 김씨는 딸의 장애가 확인되자 73년 미련없이 가수생활을 접었다. 김씨는 “어릴적 딸의 일기장에서 ‘부모님은 나를 왜 낳았을까’라는 글을 보고 내 딸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결심했다”며 “쉽지 않은 길을 잘 따라와 기적을 이뤄낸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용기를 주기 위해 딸 옆에서 늘 동화책을 읽어주던 엄마는 현재 동화구연가로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은 인생의 교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세상엔 한가지 길만 있는게 아니다”(정유선)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김희선)는 답을 했다. 두 모녀는 인터뷰 내내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