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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19대 의원 300분에게

중앙일보 2012.04.12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귀하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인으로 결정되었기에 당선증을 드립니다.”



 ‘고작 이것?’ 싶을 겁니다. 여러 번 받아본 분도, 처음 접한 분도 말입니다. 오늘부터 선관위에서 받게 될 당선증 말입니다. ‘당선’을 거듭 사용, 당선을 실감케 한다는 실용성만 두드러질 뿐 참 멋이 없지요.



 그러나 실망 마십시오. 국회는 19대를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뉠 겁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이번 국회는 개원 전인데도 ‘헌정사상 첫’이란 수식어를 제법 다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익히 알려진 대로 머릿수로 역대 최다입니다.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연 1기입니다. 금배지도 그 상징성에 걸맞습니다. 실은 은이 95%이고 금은 4.5%에 불과하다는 게 대수이겠습니까. 역대 최고가입니다. 금·은 가치가 동반 폭등한 덕분에 전임 때보다 80%나 비싸다는군요.



 공간이 곧 권력이라지요. 그렇다면 역시 전임자보다 80% 세진 겁니다. 18대 의원들은 82.5㎡(25평)를 썼습니다. 앞으론 148.5㎡(45평)에서 지내게 됩니다. 의원 집무실은 7.9㎡(2.4평) 늘었을 뿐이지만 보좌진 공간은 두 배 이상 늘었답니다(85.8㎡). 휑한 방에 띄엄띄엄 앉은 보좌진을 보며 모두 느낄 겁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과제임을. 인턴 포함 현행 9명인 보좌진을 십수 명으로 늘리는 솔선수범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사실 이렇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은 센 자리입니다. 위계상 대통령과 광역단체장 16명 다음 선출직이라곤 하나 실속은 더 있다는 게 경험칙입니다. 뒤에서 욕하는 이는 많아도 앞에선 낯 붉히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만일 그런 희귀 강심장을 만나더라도 “국민의 대표를 모독하는 거냐”는 한마디면 제압됩니다. 행정부도 여러분이 만드는 법의 집행기관일 뿐입니다. 때때로 정부가 대신 욕을 먹어주기도 합니다. 법 자체가 문제여도 정부 탓을 하지 국회 탓을 잘 안 하는 ‘인정’ 덕분입니다.



 매사에 명암에 있듯, 의원직에도 결정적 ‘하자(瑕疵)’가 있으니 바로 직업 안정성입니다. 이번 선거를 포함, 13대 이후 선거에서 초선 비율이 40~60%대였습니다. 절반가량은 갈렸다는 얘기지요. 매번 기준이 달라, 낙선을 피하는 신공(神功)이 존재하는지 의문시될 정도입니다. 4년 전엔 ‘지역구 관리를 잘해야 살아남더라’는 걸 비책으로 받들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졸책(拙策)이었습니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도 늘 보도(寶刀)였던 건 아닙니다. 현 정부 출범한 첫해였던 2008년이 그랬고, 다음 정부가 갓 정점을 지날 때인 2016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 선거 경험으로 4년 뒤 당선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 심리적 위로는 될지언정 당선 가능성과 상관 관계를 따지긴 어려울 겁니다.



 그럴 바엔 제대로 국회의원답게 국회의원을 하는 게 방법 아닌 방법일 겁니다. 진학하려면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조언입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일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정치 영역에선 궁극적으로 단 두 가지의 치명적 죄악이 있다. 객관성 결여와 무책임성이다. 허영심은 정치가로 하여금 위의 두 가지 죄악 가운데 하나, 또는 둘 다 범하도록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막스 베버)란 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100년 전 낙선한 사람의 말이 지금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요즘 정치컨설턴트도 “정치인은 선한 의도뿐 아니라 선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끊임없이 인식해야 한다”(박성민)고 되뇌는 말입니다.



 “파란 신호등을 늘리겠다”는 식의 약속도 안 됩니다. 내게 파란 신호등이면 다른 쪽엔 빨간 신호등일 수밖에 없습니다. 귀엔 아름답게 들리지만 현실성 없는 얘기인 거지요. “한국의 정치가가 도덕성을 따지는 동안 실제 개선해야 할 정치의 현실을 놓쳐버려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정치 현실이 만들어진다”(박상훈)는 지적도 유념했으면 합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요? 당장 실천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적어도 18대 의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비법입니다. 막말·폭력 쓰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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