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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간인 사찰 파문의 교훈

중앙일보 2012.04.12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한희원
동국대 교수·법학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국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첩보를 수집했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과연 그 진정한 교훈은 무엇일까.



 과학기술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하늘에서의 감시의 눈인 정찰위성과 정찰항공, 땅에서의 폐쇄회로 TV에 의한 감시, 통신감청, 녹음도청, 범지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 인터넷 역추적, 펜<2010>레지스터 사용, 미끼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 등 감시의 눈은 실로 엄청나다. 수집 자료들을 종횡으로 연동해 유용한 상관관계를 추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창출한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혀를 내두를 만한 경험을 보였다.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월남전을 반대하는 반전주의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인 카오스 공작활동이 대표적이다. 연방수사국(FBI)에 의한 불법 정보 수집활동이 그 유명한 코인텔프로(COINTELPRO)였다. 코인텔프로에 사용된 방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한 감시활동과 첩보 수집을 넘어 혐의 조작 공작과 정당방위를 유도한 현장 타격도 자행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정했고 결코 기구나 기능을 폐지하지 않았고 입법적 보완을 했다.



 세월은 흘러 2006년 5월 10일 USA투데이는 국가안보국(NSA) 산하의 극비 통신감청조직인 노스콤(NORTHCOM)의 존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9·11 테러공격 이후 창설된 노스콤이 미 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한 감청을 전개했다. 당시까지 통화자, 수화자, 통화시간 등을 담고 있는 약 1조 9000억 개의 통화상세기록을 구축하고 있었다. ‘원하면 듣는다’를 기관의 모토로 하는 국가안보국에 의한 광범위한 감청활동은 AT&T 기술직원이 기술점검을 하다가 우연히 전모가 드러났다.



 국가정보기구에 의한 영장 없는 도청행위는 해외정보감독법(FISA)과 부당한 압수와 수색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 헌법 제4차 수정안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격렬한 논쟁과 함께 법정 소송을 야기했다. 대표적으로 2006년 1월 31일 민간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이 집단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전자감시프로그램은 미국을 테러위협으로부터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책이라면서 의회에 부족한 부분에 대한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미국 의회는 2006년 9월 28일 전자감시현대화법(Electronic Surveillance Modernization Act)을 마련했다.



 21세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의 국가안보 수호와 국가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무원과 국책기구 책임자에 대한 인사, 직무점검은 물론이고 치안질서 확보를 위해 국가정보 수요가 팽창적으로 전개되어온 것은 각국을 통틀어 역사적인 경험이다. 국민들은 냉정하게 누가 통치권자가 되더라도 국가를 위해 헌신할 청렴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국가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첩보 확보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문제는 그 절차와 방식이다.



 핵안보정상회의를 비롯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국제회의를 주재한 대한민국에 아직까지 이러한 국가 수요를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그렇게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조직의 구성원에 대한 자격요건과 체계적인 업무점검 시스템에 대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가운영이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경험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교훈을 준다. 우리의 수준은 유치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본격적인 전자적 감시체제에 의한 미국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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