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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20대 여배우들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중앙일보 2012.04.12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아내의 자격(JTBC)’의 김희애(左),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의 김남주(右)


한지민(左), 윤아(右)
하지원·이보영·한지민·한혜진·강혜정.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 방영 중인 TV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이자, 30대 배우다. 하희라·김희애·김남주는 40대다. 반면 20대 여주인공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방영 중인 미니시리즈 분석해보니 …



 현재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중인 미니시리즈와 주말드라마 20개를 분석해본 결과 여주인공의 평균 나이는 33.4세였다. 20대 여배우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5개에 불과했다. 20대 초반으로 가면 그 폭은 더 좁아져 신세경(22)·윤아(22) 정도가 유일하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려원(31)·한가인(30)·이시영(30) 등 스타급으로 따지면 30대가 많다.



30~40대 여배우들이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두터운 풀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20대 여배우는 기근이라고 할 정도로 그 층이 얇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두루 갖춰 드라마를 성공시킨 20대 여배우를 찾기란 더 힘들다. 유아인(26)·이승기(25)·김수현(24)·주원(25) 등 남배우들이 세대교체가 활발한 것과도 비교된다.



 이렇다 보니 남녀배우가 연상연하 커플로 연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더 킹, 투 하츠’의 하지원(34)은 이승기보다 아홉 살 많고, ‘옥탑방 왕세자’의 한지민(30)은 박유천(26)보다 네 살이 많다.



 20대 여배우가 처음부터 기근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20대 초·중반의 여배우들이 드라마·영화·광고계의 판도를 좌우했다.



김희선(35)·전지현(31)·김태희(32)·송혜교(30)·손예진(30) 등은 20대 초반에 데뷔해 톱스타로 급부상한 경우다. 이나영(33)·배두나(33)·이요원(32)·공효진(32)·김민희(30) 등은 10대 때 잡지모델로 데뷔해 20대 때 입지를 굳혔다.



언제부턴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어린 배우를 칭하던 ‘하이틴 스타’란 말도 사라졌다. 도대체 그 많던 20대 여배우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올 초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오른쪽)과 김수현.
 ◆드라마가 없다=드라마PD들은 여자 캐릭터의 주요 연령대가 30~40대로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여성의 사회 진출 시기와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이 드라마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반면 ‘사랑이 꽃피는 나무’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학교’ ‘여고괴담’ 처럼 신인배우들의 등용문이 된 학원물과 청춘물은 제작편수가 줄었다.



남한 왕세자와 북한 장교의 사랑을 그린 ‘더 킹 투 하츠’의 하지원(오른쪽)과 이승기.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성근CP(책임프로듀서)는 “30~40대 전문직 여성의 일과 사랑, 결혼을 그리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더 어필하고 있다”며 “김남주·채시라 등이 데뷔할 때만 해도 방송사 당 청춘물이 1편은 고정으로 있었는데 한동안 공백이 컸던 것도 그 이유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역이 없다=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의 성공 이후 꽃미남 열풍이 분 것도 여배우에게 불리한 점이다.



최근 방송된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밴드’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등을 보면 남자 캐릭터의 숫자가 여자 캐릭터보다 많다. 또 조연이라도 남자 캐릭터는 존재감을 부여한다면 여자 캐릭터는 주인공의 친구 정도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사극을 제외한 드라마의 주 시청자가 여성이다 보니 ‘꽃미녀’보다는 ‘꽃미남’ 배역이 대거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돌에 밀린다=출연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는 아이돌 가수에게 캐스팅이 몰리는 경향도 있다. 최근 눈에 띄는 20대 연기자를 살펴보면 윤아·유리(23)·은정(24)·유이(24) 등 아이돌 그룹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과거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연기력 논란에 휘말렸던 것과 달리 별 잡음이 없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연기와 노래 교육을 병행해 재능이 있으면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개별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 팀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며 “최근엔 드라마 제작사 쪽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K-POP 열풍이 거세 해외 판권 수출이나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중견 드라마 PD는 “아이돌은 개성이 강해서 캐릭터에 잘 녹아들지 못하기도 하는데,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고려해 그런 부분은 포기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발연기’ 못 참는 시청자=양질의 드라마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의 안목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연기 경력이 짧은 20대 배우보다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는 30~40대 배우의 안정된 연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엔 30~40대 배우들도 20대 못지않게 외모를 관리하고 있어 실제보다 적은 나이를 연기해도 무리가 없다.



 신인 여배우가 톱스타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각 연예기획사들도 다른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배우보다는 종합 ‘엔터테이너’로 키우려고 한다. 케이블 MC를 하거나 스폐셜 음반을 준비하는 등 다른 것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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