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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받은 화장품 팔아 월 2억 버는 20대男

중앙일보 2012.04.12 00:00 경제 1면 지면보기
하형석 대표가 지금까지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모두 화장품 회사들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사진 미미박스]


고가의 화장품들을 공짜로 구한 뒤 이를 소비자들에게 팔아 월 2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이가 있다. 화장품 전문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업체인 미미박스의 하형석(29) 대표다. 서브스크립션커머스는 일정액의 월 회비를 내면 업체가 알아서 상품을 골라 정기적으로 보내 주는 새로운 거래방식이다.

월 1만6500원 회비 내면 고가 화장품 보내주는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미미박스는 만 3개월여 만에 1만여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하 대표는 “알짜 정보를 엄선해 전해 주는 신문처럼 전문가들이 까다로운 안목으로 제품을 골라 전해 주는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사업모델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의 유명 디자인학교인 파슨스스쿨을 나왔다. 사회생활은 남성용 명품 브랜드 톰포드에서 시작했다. 미국 뉴욕의 톰포드 매장에 무작정 찾아가 “인턴으로 취직시켜 달라”고 졸라댄 결과였다. 톰포드에서는 전속 모델이던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의 코디로 활동하다가 귀국 후 소셜커머스업체인 티켓몬스터에서 근무했다.



 ‘공짜로 물건을 받아다 판다’는 아이디어는 홍콩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얻었다. 화장품은 록시탕·겔랑·비쉬 같은 유명 회사 10여 곳에서 무상으로 받고 있다. 화장품 회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 2월부터 공짜 견본(샘플)을 일절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법이 이를 막았다. 그러나 화장품 회사들이 소비자가 아닌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업체에 제품을 무료로 넘기고, 서브스크립션커머스 회사가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유료로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다. 화장품 업체 입장에서 볼 때 중간에 미미박스를 끼면 샘플을 무료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장품 회사들은 미미박스를 활용하게 됐다.



 공짜로 얻은 화장품을 판매하지만 미미박스는 매월 회원들에게 회비(1만6500원)를 받는다. 그는 “회원에게 보내는 박스 한 개당 10만원어치 정도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가의 20%가 채 안 되는 월 회비로 구매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동업자 4명과 자본금 3500만원으로 시작한 창업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화장품 회사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무작정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포장도 동업자 네 명이 직접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입소문 마케팅을 무기로 판촉비용을 최소화했다. 하 대표는 “ 비용을 줄인 덕에 영업 첫 달부터 이익을 냈다”며 “초기엔 화장품 회사로부터 문전 박대도 많이 당했지만 최근에는 되레 유명 브랜드 쪽에서 먼저 화장품을 대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온다”고 했다.



 다음 목표는 서비스 폭을 넓히는 것. 화장품에 아기용·남성용·군인용 등의 서비스를 더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유기 농산물 업체 등에서도 우리 같은 비즈니스모델을 활용하고 싶다며 연락이 온다”며 “소비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와 제품을 제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월간지를 정기구독하면 매달 잡지가 배달돼 오는 것처럼 회비를 내면 화장품 등을 배달해주는 판매기법.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버치박스(BirchBox)가 대표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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