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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인사이트] 자영업자 보호 못하는 상가 임대차 보호법

중앙일보 2012.04.12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권혁주
유통팀장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료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점포거래 전문업체인 점포라인에 따르면 종로구에 있는 150㎡(약 45평) 상가는 지난해 평균 5470만원이던 임대보증금이 올 1분기 8460만원으로 55% 뛰었다.


권혁주 유통팀장

평균 월세는 328만원에서 364만원으로 11% 올랐다.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인생 2막을 위해 목 좋은 데 가게를 내려는 이들이 몰리다 보니 임대료가 치솟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임대료 상승에 방패막이가 돼야 할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하 보호법)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행 보호법은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9%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럼에도 임대료가 그 이상 뜀박질하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현행 보호법은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3억원 이하’인 임차인만 대상으로 했다. ‘환산보증금’이란 월세를 전세로 환산한 금액이다. 보호 대상을 ‘환산보증금 3억원 이하’로 한정한 것은 큰 점포를 빌리는 대형 업체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



 당초 서울에서의 보호 대상 기준은 2억6000만원이었다. 정부는 2010년 7월 이를 3억원으로 조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내 임차인의 89%가 3억원 이하에 해당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추정이었다.



‘3억원 이하’의 근거가 된 통계가 부실했다. 정부는 1차로 사업자 등록을 할 때 적어낸 임대료 자료를 활용했다. 등록을 한 뒤 시간이 흘러 임대료가 두 배가 됐더라도 정부 데이터엔 반영이 안 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임대차 보호를 받기 위해 신고한 임대료 자료 역시 활용했다. 이건 더 큰 오류다. 보호 대상이 아니면 아예 신고를 안 해 통계에서 누락됐을 터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정책에 현실이 제대로 반영됐을 리 없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측은 “정말 임차인의 80~90%를 보호하려면 서울의 기준을 5억원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빵 매장 500m 안에는 새 점포를 낼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빵 가맹사업 모범거래 기준’을 마련한 것 등이 그런 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전체 자영업의 일부이고, 임대료는 550만 자영업자 거의 대부분을 괴롭힐 수 있는 문제다. 상가 임대차 보호법의 기준부터 제대로 잡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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