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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채금리 6%대 육박 … 헤지펀드 ‘일단 던지고 보자’

중앙일보 2012.04.12 00:00 경제 4면 지면보기
스페인 구제금융설이 시장을 강타했다. 긴축안을 논의하기 위해 11일 열린 의회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석 맨 앞줄 오른쪽)가 야당 대표인 알프레도 루발카바(왼쪽 뒷모습)의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불길한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 미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최근 한 달 새 스페인 1, 2위 은행의 예금 가운데 미국인 돈의 비중이 13.1%에서 11.6%로 줄어들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재정 ‘이중 위기’ 직면



 이날 유럽 채권시장에선 스페인 국채 값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 여파로 이날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수익률(시장금리)이 연 5.9%를 넘었다.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6% 선에 근접하기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 나라)에서 지표 금리인 10년물 수익률이 연 6% 선에 이르면 경계 수준으로, 6.5%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7%부터는 구제금융 직전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그리스·포르투갈도 구제금융 신청 직전 10년물 수익률이 연 6~7.5% 사이를 오르내렸다.



 마드리드 주식시장에서도 심상찮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날 스페인 주가는 3% 정도 떨어졌다. 올 들어 스페인 주가 하락폭은 10%를 넘었다. 자본시장 모든 영역에서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런던 트레이더의 말을 빌려 “헤지펀드들이 본격적으로 스페인 국채와 채권을 공매도하기 시작했다”며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공매도는 자산 가격 추가 하락을 예상한 베팅이다. 떨어질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최악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채권부문 대표인 앨런 와일드는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스페인의 재정적자와 경기침체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국가부채는 약 7500억 유로(약 1125조원)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다. 재정적자는 GDP의 6%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이 정한 3% 수준까지 줄이려면 고강도로 긴축해야 한다. 하지만 실물 경제 상황이 긴축을 견디기 쉽지 않다. 이미 더블딥(경기회복 뒤 재침체)에 들어섰다. 실업률은 미국 대공황 때와 비슷한 23%다.



 FT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고 목청을 돋웠다. 하지만 시장은 위기 순간 경제 관료들이 늘 하는 소리쯤으로 받아들였다.



 스페인은 임시 구제금융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상설 구제금융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으로 처리하긴 버거운 상대다. 스페인의 국가 부채 규모는 이탈리아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그리스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두 기금의 남은 돈을 다 투입해도 스페인을 구제하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다.



 위험은 재정위기·더블딥 가능성만이 아니다. 부실 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스페인 시중은행들이 구멍 난 자본을 메워야 할 상황”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면서 기업과 개인 파산이 늘고 있다. 최근엔 집값이 다시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시중은행의 최대 자산인 스페인 국채 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은행의 자산과 수익 구조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스페인 시중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빌려 쓰고 있다. 자체 신용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곧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FT 칼럼니스트인 존 플렌더는 이날 칼럼에서 “스페인이 ECB의 한계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페인 은행 시스템은 이른바 빅3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산탄데르·빌바오비스카야아르헨트리아(BBVA)·라카이사 3대 은행 자산은 GDP의 두 배에 가까운 2조625억 유로(약 3093조원)에 이른다. 3대 은행 가운데 하나라도 위기를 맞으면 그 자체가 스페인의 국가 위기일 수 있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말 “스페인이 원투 펀치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이중위기(Double Crises)’인 금융과 재정 파국이 동시에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중위기(Double Crises)



재정과 금융 위기가 동시 또는 짧은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 원조 ‘닥터둠’인 마크 파버 마크파버그룹 회장이 2010년 처음 쓴 용어다. 당시 파버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 파장을 막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며 “이런 재정위기는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로 쉽게 전염돼 이중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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