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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정숙씨, 아들을 ‘엄친아’로 키운 비결

중앙일보 2012.04.11 04:29 Week& 2면 지면보기
이정숙씨와 아들 조승연씨는 “아이가 자립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려면, 부모도 꿈을 갖고 인생을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원 기자]
“자녀가 성장했을 때 ‘엄마, 고마워’라는 말과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라는 말 중 어떤 말을 듣고 싶으세요?” 이정숙(60)씨가 물었다. 그는 부모가 듣고 싶은 말을 듣는 방법은 “부모에게 있다”고 말했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은 엄마 내면에 있다”며 엄마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이씨는 KBS 아나운서 출신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엄마의 솔선수범과 자녀의 홀로서기를 앞세운 소통의 교육법으로 두 아들 조창연(31)·승연(30)씨를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바꿨다. 창연씨는 미국 미시건대 건축과와 대학원을 수석졸업하고 현재 뉴욕의 파킨스 이스트만 건축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승연씨는 뉴욕대에서 경영학, 줄리아드 음대, 에콜 드 루브르에서 미술사 등을 전공했다.

중학생 때 007영화 보여주자 본드처럼 클래식 듣고 고전 찾아 읽고 …



이씨의 자녀교육 철칙 중 하나는 솔선수범이다. 중학생이었던 두 아들과 함께 미국에서 유학할 때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전문가 교육과정을 밟을 때, 두 아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씨는 “홀로 설 줄 모르는 엄마가 자녀의 공부와 아이의 인생에 집착하게 된다”며 “홀로서기하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어린아이라도 자립성이 있다”며 “이를 미리 차단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 서는 힘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거는 엄마보다 자신의 인생에 열정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실적인 아이, 목표를 추구하는 아이로 키운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엄마들은 자신의 인생을 아이에게 맞추지만 아이의 독립성이나 의견은 무시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희생이지만 아이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승연씨는 어머니에 대해 “당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자녀와 공유하면서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의견은 친구처럼 나누지만 예의와 인격에 대한 가르침은 누구보다 엄했다”는 것이 그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이어 “엄마는 단순히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내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에게 소개해도 멋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엄마가 달라져야 아이가 달라진다”는 이씨의 자녀교육 원칙과 맞닿았다.



이씨의 또 다른 철칙은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씨의 두 아들은 처음부터 우등생은 아니었다. 중학생 땐 게임에 빠져 살았고 승연씨는 친구들과의 교우관계에서도 갈등을 겪었다. 이런 문제는 미국에 유학 가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런 문제로 아들이 고민할 때 이씨는 아이의 편을 들어주기보다 아이가 처한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도록 도와줬다. 비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도록 가르쳤다. “아이들은 원래 싸우며 크는 거다. 그런 경험을 통해 친구와 교감하는 법, 친구를 배려하는 법, 공동체 생활을 하는 법을 배우는 거다. 그러니 너를 괴롭힌 친구는 너에게 세상을 가르쳐준 선생님”이라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유도했다.



이씨는 아들이 삶의 모델을 찾을 때까지 간섭하지 않고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줬다. 승연씨는 우울하게 하루를 보내던 당시 영화 007을 보고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문무를 겸비한 영화 주인공처럼 되고 싶다고 상상했다. 이씨는 아들의 엉뚱한 모습에 핀잔을 주는 대신 영화 007 시리즈 전집을 사줬다. 인생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함께 비디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장점을 함께 찾아봤다. 이후 주인공이 듣는 클래식 음악과 고전을 찾아 읽고 그처럼 시와 소설을 쓰며, 과학과 사회 상식을 쌓으며 조금씩 달라졌다.



이는 학업 성적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고전을 읽은 실력으로 전미 라틴어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시와 소설을 쓰기 위해 배운 영작문과 영문학 지식으로 미국대학입학시험인 SAT II의 영작문과 영문학 영역에서 최우수 성적을 각각 거뒀다. 달라진 그의 모습에 우등생 친구들이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씨는 스포츠맨십을 통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경쟁해서 이기는 법도 알려줬다. 이씨는 “늘 싸움에서 맞기만 하던 아들이 태권도를 배운 뒤 시합에서 승리하면서 정정당당히 이기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엔 성적이 떨어져도 다음엔 꼭 잘하겠다며 공부에 몰두하는 태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들과 함께 자주 운동을 즐기고 여행을 하면서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정신적 멘토를 자처했다. 이씨는 “아이가 멋진 인생을 살길 바란다면 엄마부터 멋진 인생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자녀의 보모가 될지, 멘토가 될지는 엄마의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이정숙씨는



현재 에듀테이너그룹과 유쾌한대화연구소의 대표로 활동하며 정·재계 인사 대상 말하기·협상·대화·발표 기술 컨설팅·특강을 하고 있다. 최근 아들과 함께 『좋은 엄마로 생각리셋』 『그물망 공부법』을 쓰면서 자녀교육 전도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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