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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계 뒤덮은 세 가지 물결

중앙일보 2012.04.11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지구촌에 일고 있는 세 가지 거대한 물결에 눈을 돌리고 우리의 대응을 생각할 때다.



 첫째 물결은 역사의 주도세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00여 년간 이 지구촌의 역사는 구미 국가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 이제 그 세력이 신흥국가들로 다변화되고 있으며, 아마도 우리 세대 안에 그 비중이 역전될 것이다. 구미 세력이 더 이상 역사를 주도할 수 있는 경제적 역량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산더미 같은 빚과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으면서 역사를 주도할 수 없다.



 지금까지 역사 주도세력의 인구는 통틀어 불과 8억~9억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앞으로 역사를 주도할 신흥국의 인구는 30억 명이 넘는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 30억 인구에 대해서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선진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소위 선진국을 추종하고 모방하며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추종자 멘털리티’가 깔려 있다. 앞으로 50년은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의식을 추종자 멘털리티에서 ‘선도자 멘털리티’로 바꿔야 한다. 적극적이고 열린 세계관, 도전적인 교류와 지원, 선진국다운 제도와 관행으로 이들로부터 존경을 얻어야 하고 그를 기반으로 한국이 앞장서 그들과 함께 역사 발전을 이끌어가야 한다.



 둘째 물결은 이 세상이 그동안의 엘리트 주도 사회에서 진정한 시민 주도 사회로 확실히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촌은 거의 3000년 만에 아테네에 있었던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버전을 경험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SNS 등의 모바일 혁명은 지리적 장벽을 깡그리 없애버렸고 모두가 동시에 참여하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이 혁명은 한 개인의 실질적 권력을 정부의 어느 권력자 못지않게 강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누구의 입도 이제 막을 수 없고 따라서 당당하지 않은 결정을 숨길 방법은 거의 없어져버렸다. 자연히 이제 투명성이 사회 모든 작용을 지탱하는 근본 속성이 돼버렸다. 이렇게 전 시민사회가 완전히 소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하에서는 정치의 기본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야합과 타합이 주도하던 정치 문화로부터 이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득과 소통이 주도하는 정치문화로 바뀌어야 하며, 이제 무엇보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이제는 공개하고 대화할 줄 아는 자가 리드해야 한다.



 셋째로 주지하는 대로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이념의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시장의 만능을 믿었던 자본주의 3.0이 불과 30여 년 만에 끝나고 소위 4.0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낳은 그 참사를 목격한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시장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시장과 정부의 새로운 관계 설정, 즉 자본주의 4.0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도 전체적 컨센서스는 없다. 그러나 부분적 컨센서스는 있다. 그것은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재정의다. 한마디로 기업이 존재 이유를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 두던 소위 주주자본주의를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직원, 납품업자, 채권자, 고객 등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다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소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경제이념의 핵심에 정위치되고 있다.



 일찍이 이렇게 거대한 물결 세 가지가 한꺼번에 지구촌을 엄습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세상은 과격하게 변하고 있으며 21세기의 승자는 이 세 가지 물결에 제대로 대응한 자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과 사회는 과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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